최근 영국에서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은 백인 부부에게서 흑인 쌍둥이가 태어난 사건이 전해지면서 국내 많은 불임 부부들이 불안해하고 있다.1993년 네덜란드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 이래 벌써 두 번째다. 국내의 불임 부부 숫자는 이미 100만 쌍이 넘어섰다.
10쌍의 가임 부부 중 1쌍이 불임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매년 1만 건이 넘는 시험관 아기 시술을 거쳐 3,000~4,000명의 신생아가 태어나고 있다.
전문의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하려는 불임 부부들에게 이 같은 사건이 일어날 확률은 거의 없기 때문에 너무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남윤성 교수와 미즈메디병원 노성일 원장으로부터 시험관 아기 시술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본다.
-이번 사건처럼 시험관 아기가 바뀔 수 있을까?
“이번 사건은 병원측의 실수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체외 수정 과정에서 흑인 남자의 정액이 부인의 난자에 잘못 주입됐거나 흑인 부부의 수정란이 섞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 몇 가지 경우의 수를 가정해 보자.
정액을 채취한 컵의 이름표가 바뀌어 다른 남자의 정자가 부인의 난자에 수정된 경우와, 정자 처리 과정에서 유리관에 묻은 다른 남자의 정자가 섞인 경우, 또 부인에게 다른 여성의 배아가 이식된 경우 등을 가정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100만분의 1 이하일 정도로 극히 희박하다. 정액검사를 할 때 자신의 이름이 적힌 스티커를 정액을 채취하는 컵에 붙이므로 스티커가 떨어지지 않은 한 정액이 뒤바뀔 가능성은 없다.
또 정자를 처리하는 유리관은 1회용으로 한 번만 사용한 후 폐기하기 때문에 다른 남자의 정자와 섞이는 일은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배아이식 과정에서도 의사, 간호사, 생물학자의 확인을 거친 후 시술시 환자의 이름을 직접 확인하므로 이론적으로 배아가 바뀔 가능성은 없다.”
-시험관아기 시술을 하면서 수정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다른 남성의 정자와 섞는다는 얘기가 있는데.
“환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다른 남성의 정자를 섞는다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다른 남성의 정자를 섞는다면 반드시 그 결과가 드러날 일이기 때문에 그런 어리석은 일을 하는 의사는 없을 것이다.
과거 미국에서 다른 여성이 사용하고 남은 난자를 무단으로 수정에 사용해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적은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그런 사례는 없었다.”
-시험관 아기 시술 후 자연 유산의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정상 임신에서 자연 유산 가능성은 12~15%이며, 시험관 아기 시술은 20% 정도로 이보다 조금 더 높아진다.
시험관아기 시술을 통한 임신 성공률은 35세 미만 40%, 35~39세 25%, 40~43세 18%, 44세 이상 5% 미만 등이므로 시술은 가급적 35세 이전에 받는 게 좋다.”
-시험관 아기 시술이나 인공 수정에 의한 태어난 아기의 선천성 기형이 발생할 확률이 자연 임신보다 높지 않나?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수만 명의 시험관 아기가 태어났지만 선천성 기형이나 다른 이상이 생기는 확률은 정상 임신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얼마 전 스웨덴 웁살라대 어린이병원 보스트롬베르크 박사는 의학전문지 ‘란셋’에 “1982~1995년에 태어난 시험관 및 인공 수정 아기 5,680명과 정상 아기 1만1,360명을 비교한 결과, 인공 수정 아기의 뇌성마비 위험이 3배, 발달장애 위험이 4배나 높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인공 수정으로 태어난 아기가 불안전해서가 아니라 쌍둥이로 태어난 아기의 기형 발생률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시험관 아기 시술로 태어난 아기들은 건강하게 자라고 있나?
“1978년 영국의 번홀 병원에서 스텝토 박사와 에드워드 박사에 의해 세계 최초로 시험관 아기인 루이스 브라운이 태어났다.
국내에서는 서울대병원에서 장윤석 교수가 85년 최초로 시술에 성공한 이래 현재 전국 93개 불임 시술기관에서 한해 평균 1만 건이 시술돼 매년 3,000~4,000명의 시험관 아기가 태어나고 있다.
시험관 등 인공 수정으로 태어났다 하더라도 쌍둥이가 아니라면 자연 수정으로 태어난 아이와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5년 동안 강남차병원에서 태어난 시험관 아기 600여 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자연 임신으로 태어난 아기와 시험관 아기 사이에 체력이나 지적 능력, 사회 적응력 등에서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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