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구 회장이 13일 갑자기 별세함에 따라 호남의 대표적인 대기업체인 금호그룹의 경영체제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그룹 안팎에서는 지난해 2월 고 박 회장이 치료차 미국으로 떠난 이후 동생인 박삼구(57) 그룹 부회장이 17개월간 경영권을 행사해 온 만큼 자연스럽게 박 부회장이 그룹을 떠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도 장남인 박성용(71) 명예회장이 차남인 박 회장에게 회장직을 넘긴 ‘전통’이 있는데다 박 회장이 생전에 “65세가 되면 동생에게 그룹을 맡기겠다”는 의사를 밝혀왔기 때문이다.
박인천 창업주의 1남3녀 자녀 가운데 4남인 박찬구(54)금호석유화학 사장, 차녀인 박강자(61)금호문화재단 부이사장을 제외하고 5남 박종구(44) 기획예산처 공공관리단장 등 나머지 남매들이 그룹경영에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은 점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3남인 박삼구 부회장은 호방한 성격에 추진력과 카리스마를 겸비, 그동안 금호산업 타이어부문의 지분매각,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매각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 그룹 경영난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그래서 재계에선 박 회장이 건강을 완전히 회복한 뒤에도 동생에게 맡겼던 경영권을 되찾을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 부회장은 월드컵 기간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계 회동때는 총수자격으로 참석하는 등 그룹내 실질적인 회장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올초 그룹인사에서 박 부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신훈 금호산업 건설부문 사장, 박찬법 아시아나항공 사장, 이원태 금호산업 고속사업부 사장 등이 계열사 경영진에 대거 발탁, 후계작업이 마무리됐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박삼구 부회장이 그룹회장을 맡게 되면 4남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사장이 부회장직을 맡게 되는 선에서 후계구도가 일단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박 회장 형제들의 자녀들이 대부분 국내외에서 학업중이거나 출가 등으로 경영수업과 거리가 두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금호그룹의 형제 공동경영체계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타계한 박정구 회장은
고 박회장은 광주고, 연세대 법대를 졸업한뒤 41년간 경영일선에 참여하며 금호그룹을 재계 9위의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81년에는 한해 적자가 50억원이 넘었던 (주)금호 대표이사를 맡아 2년만에 순이익 120억원의 흑자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등 탁월한경영수완을 발휘했다.박회장은 소탈한 성격에 인정이 많아 직원들이 잘따르고 평소 신의를 중시하는 선 굵은 경영을 펼쳐왔다.특히 "정직하고 깨끗하게 얻은 이익만이 가치가 있다"는 말을 자주 하며 정직한 기업경영에 노력해왔다.96년 그룹회장에 취임한 뒤에는 새로운 '경영비전'을 선포하며 정보통신,바이오 등 유망사업에 새로 진출하는 등도약의 토대를 마련하는 한편 금호생명과 동아생명,금호종금과 금호캐피탈,금호타이어와 금호건설을 각각 합병하는 등 사업부문간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박회장은 대외활동에서 적극 참여했다.광주상공회의소 회장,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전국경제인연합회부회장,연세대 동문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전남대와 연세대에서 명예 경영학 및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또 84년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국미훈장 모란장을,96년 광주비엔날레의 성공적 개최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상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