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화성 탐사선 오디세이가 화성 지표면 90㎝ 아래 엄청난 규모의 얼음 호수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얼음 호수가 녹으면 깊이 500m의 바다를 만들 정도의 양이다.이 발견은 화성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탐사 계획에 일대 전환을 가져왔다.
그리고 미국에 뒤질세라 영국, 러시아가 화성 탐사선 발사 계획을 발표하며 화성 탐사 전쟁이 시작됐다.
공상과학(SF) 영화, 소설의 무대에 불과했던 화성이 또 다시 우주천문학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것이다.
지구와 가장 흡사한 화성
태양에서 네 번째 궤도를 도는 화성은 적도 반지름이 3,390㎞로 지구의 반 정도 크기이고, 질량은 지구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화성은 1년이 687일. 자전 속도, 즉 하루는 24시간37분으로 지구와 비슷하고 위성도 2개가 있다.
연세대 자연과학부 이영욱 교수는 “화성은 중력, 자전 속도, 대기의 존재 등 많은 과학적인 조건 상 지구와 비슷하다.
태양계의 나머지 8개 행성 중 지구와 가장 흡사하다는 점에서 항상 관심의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19세기 이후 화성은 지구처럼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가장 큰 행성으로 간주돼 왔다.
그러나 1976년 바이킹호가 화성을 탐사하면서 이 꿈은 깨졌다. 대기는 이산화탄소가 주요 구성 요소였고, 수증기나 산소는 극소량이었다.
북반구는 거의 매끈매끈한 평지이지만 남반구는 달 표면과 비슷한 크레이터(혜성 등이 부딪혀 만들어진 분화구의 일종)가 대부분이었고, 지표는 산화철 가루로 덮여 있었다.
태양으로부터 받는 복사열도 지구의 43%밖에 되지 않아 표면온도가 지구에 비해 낮다.
적도의 표면온도는 평균 7도이지만, 최고 30도에서 최저 영하 60도로 일교차가 큰 행성이다. 생명체가 살기 힘든 조건인 것이다.
화성 얼음의 의미
수 많은 우주의 별 가운데 지구처럼 생명체가 사는 행성이 존재하는지는 우주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다. 한동안 사그러들었던 화성 탐사 열기는 생명체 존재 가능성 때문에 되살아났다.
이전에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예측됐다 실망한 적이 있다. 화성의 남북극 지역에서는 하얀 극관이 관측된다.
겨울에는 커지고 여름에는 작아지는 이 극관은 관측 결과 극지방에 쌓인 눈으로 판명됐다.
물이 있다면 생명체도 살 수 있기 때문에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진 이 눈은 지구의 물 성분과는 달랐다. 또 한 번의 실망이었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최근 발견된 얼음은 과거 화성의 온도가 지금 보다 높았을 때 물이 흘렀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즉 한때 화성 지표면에 물이 흘렀고, 어느 순간 이 물이 급속 냉각됐다는 것이다.
이것은 과거 혹은 현재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미항공우주국(NASA) 과학자들은 간주하고 있다.
또 수십 년 내 건설 계획 중인 화성기지의 필수 요건인 물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천문연구원 김봉규 선임 연구원은 “화성은 지구처럼 대기와 땅이 뚜렷이 구분되어 있으며 고체 액체 기체의 물질 순환이 이뤄지는 곳이다. 일교차 100도도 사람이 충분히 적응할만한 정도다. 다만 물의 존재가 입증되지 않아 탐사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발 빠른 우주항공 선진국의 연구 기세는 곧 화성의 모든 것을 밝히고, 우주탐사의 새 시대를 열 전망이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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