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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칼럼] 새 지도자의 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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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칼럼] 새 지도자의 요건

입력
2002.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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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폐막된 2002한일월드컵 대회에서 대한민국은 1954년 스위스 대회에 처음 참가한 이래로 48년만에 16강을 넘어 4강 진출이라는 대성공을 이룩하였다.이것은 4,700만 국민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면서 길거리 응원이라는 집단문화를 탄생케 하였다.

길거리 응원의 동기에 대해 ‘붉은악마’ 신인철 회장은 “월드컵이 일반 서민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 하는 생각에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수백만의 국민이 자발적으로 길거리에 나와 승리를 위해 뛰는 선수들을 응원하면서 순수한 즐거움과 열정을 드러낸 현상을 한국의 현실정치에서도 과연 실현할 수 있을까?

앞으로 한달 후면 대한민국은 건국 54주년을 맞는다.

건국이래 우리는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한 현직 대통령을 포함하여 모두 8명의 대통령을 체험하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 중 누구도 국민 다수의 존경을 받는 대통령은 아니었다.

이러한 현실은 오늘날 한국정치가 왜 혼란을 거듭하고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설명하여 준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1945년 8월15일 광복이후 극심한 좌우 이념대립 하에서 대한민국의 건국에 기여하였고, 한국전쟁을 극복하고 오늘날의 대한민국 기초를 확립한 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변화하는 국민의 욕구에 합당한 정치와는 무관하게 권력의 연장과 유지에만 집착하다가 3·15 부정선거로 인한 국민의 저항으로 하야한 후 해외로 망명하여 그곳에서 생을 마감하였다.

군사혁명으로 정권을 장악한 박정희 대통령은 경제적 빈곤 탈피라는 국민적 욕구에 합당하게 경제개발에 성공하여 1970년대 초 국민의 절대빈곤을 해결하고 오늘날 한국산업화의 기반을 구축하였다.

그는 군사정권이라는 정체성의 문제로 일부 국민의 끈질긴 저항을 받았으나 경제적 성공을 담보로 일정기간동안 정권을 연장 유지하였다.

그러나 박정희 정권은 경제개발의 성공에만 도취되어 경제개발 및 산업화가 일반 국민의 의식과 행동양식에 어떠한 변화를 수반하는지는 인식하지 못하였다.

산업화는 물질적인 부를 증대시켜 국민의 후생복지를 향상시킴과 동시에 새로운 경제적·비경제적 욕구의 변화를 수반한다.

특히 국민은 자아실현을 위해 보다 많은 자유를 갈망하며 이것이 정치적으로는 민주화에 대한 요구로 이어진다.

이러한 국민적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초기의 경제적 성공에만 집착한 박정희 대통령은 민주화의 욕구를 힘으로 억압하였다.

그 결과 박정희 정권은 국민의 집단적인 저항을 맞았고, 결국 비명으로 세상을 떠났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장 큰 업적을 이룩한 이승만, 박정희 두 대통령도 국민의 변화를 인식하여 이에 합당한 정치적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실패한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국민의 집단적인 힘에 의하여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발전을 이룩하였고, 이러한 우리 국민의 역동성은 오늘의 경제발전 역시 가능하게 하였다.

국민의 발전적인 의식과 개개인의 역동성은 지속되는 정치의 불안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을 민주주의와 경제개발을 동시에 성공시킨 국가로 만들었다.

1997년 IMF 사태이후 일반 서민들이 자발적으로 금 모으기 운동을 벌여 외환위기 극복에 나선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그 예를 찾아 볼 수 없다.

오는 12월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21세기 대한민국을 품격 있는 국가로 발전시켜 대다수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는 대통령은 어떠한 요건을 충족하여야 할까?

이번 월드컵 대회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보여준 열정은 앞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지도자에게 요구하는 사항들을 미리 제시하였다.

그러므로 새 대통령은 자발적으로 형성된 집단 거리 문화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인식해야 할 것이다.

집단적인 즐거움과 열정은 집단적 분노로 변할 수도 있다.

따라서 지도자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현 시점에서 그 동안 변화된 대한민국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고 성숙한 국민의 역량을 승화시켜 나라 발전에 연결시킬 수 있는 실천 가능한 비전을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前 청와대 경제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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