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웅덩이 - 이윤학-
4.5t 트럭이 변압기 전봇대를 싣고 달린다.
전봇대 중앙에 뚫린 구멍이 하나
밑으로 넓어진다. 트럭 꽁무니
푹 꺼진 웅덩이에 담긴 물
두려움을 악고 떨린다. 물결이
바퀴를 향해 나아간다. 물결이
바퀴를 안고 갈라진다. 물결이
전봇대가 휘청휘청 휘어진다.
전봇대가 물결에 실려 달린다.
전봇대가 꺽이지 않는다.
전봇대가 진정되지 않는다.
아스팔트 웅덩이 채원진다.
■시인의 말
불현듯, 내가 왜 여기 와있지? 내가 왜 여기 와 있어야 하지? 그런 물음에 휩싸일 때가 있다. 길가에서 있는 번봇대조차도 그런 물음을 빈속에 채우고 있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약력
▲1965년 충남 홍성 출생 ▲동국대 국문과 졸업 ▲199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먼지으 집' '붉은 열매를 가진 적이 있다' '아픈 곳에 자꾸 손이 간다' 산문집 '거울을 둘러싼 슬픔' '푸른 자전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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