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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10㎝ 예술 / 화가 김정선의 도발적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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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10㎝ 예술 / 화가 김정선의 도발적 삶

입력
2002.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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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예술' 김점선 글ㆍ그림‘타인의 삶에 기생하여 예술가연하는 화가가 되지 않기 위해 나는 가난한 남자와 결혼했고 죽음 근처의 가난을 거쳐왔다.’ 화가 김점선(56)의 산문은 첫머리부터 도발적이다.

작가 박완서가 ‘아무도 길들이지 못하는 여자’라고 부른 그가 호호탕탕 시원한 글을 그림과 함께 엮어 서화집을 펴냈다.

그의 책은 가부장적인 한국사회에서 여자가 이토록 자유로울 수 있는가 놀라게 만들고, 천진난만한 어린이 그림 같은 작품이 실은 자유만큼이나 성숙한 책임의식을 갖고 살았던 그의 고단한 삶을 뚫고 나온 것임을 일러준다.

‘화가는 노동자’이며 ‘영감을 얻어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작업 과정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그는 어느날 갑자기 생긴 오십견 때문에 그 부지런하던 붓을 놓아야 했다.

컴퓨터 전문가인 아들 덕에 되찾은 붓이 컴퓨터속의 그림판. 이 책에 실린 사방 10㎝의 그림 64점은 그렇게 탄생했다.

글은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그의 삶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준다. 황당한 내용을 있는 그대로 풀어내는 그의 글쓰기는 재미있다.

아버지가 대학원 학비를 주지 않자 ‘너무나 우수한’ 자신이 공부하지 않는 것은 ‘민족자원의 훼손’이라며 동생들을 불러놓고 학교 자퇴하고 월사금을 내놓으라고 했다.

교수가 ‘얼음물에 손을 넣고 기저귀를 빨고 콩나물값을 깎는’ 삶에서 진정한 예술가가 나온다며 ‘가난한 사람과 결혼하라’고 하자 한 달만에 정말 가난한 남자를 만나 결혼했다.

친구 말이면 무엇이든 따른다며 유부남과 바람이 난 친구가 본처를 죽이는 굿을 하러 가자는데 두 말 없이 따라나섰다거나 친구가 훔치라는 것은 무조건 훔치기도 했다는 고백은 기인의 풍모를 잘 보여준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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