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일(25) 류승범(22) 양동근(23)의 공통점은?‘꽃미남’과는 아니지만 남성적 매력이 강하다는 점, 그리고 학교 다닐 때 절대 모범생이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
쉽게 말하면 인물은 괜찮은 데 ‘한 성질’ 하게 생겼고, 그것이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는 점이다.
월드컵 이후를 강타한 축구 스타 김남일 열풍. 그러나 김남일이 스타가 된 것은 스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취향이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 김남일 열풍의 진원지
김남일은 그라운드와 인터넷, 두 곳에서 동시에 떴다.
월드컵 기간 중 악착 같은 수비로 실력을 인정 받은데다 그의 ‘어록’이 인터넷상에서 급속도로 유포되면서 그의 인기는 들불처럼 번졌다.
5월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지단이 부상한 후 “그의 몸값이 얼마인 줄 아느냐”는 질문에 “내 연봉에서 까라고 하세요”라는 식으로 호기있게 대답했다, 혹은 ‘남일이는 화면에 보이지 않으면 어딘가에서 상대방 선수에게 태클을 가하고 있을 것”이라는 주변인의 증언 등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유포되면서 히딩크가 지어 주었다는 별명 ‘진공청소기’ 김남일에 대한 반응은 뜨겁게 달아 올랐다.
■ 대중문화에서도 ‘남일이과(科)’ 각광
그러나 이런 반항아적 매력은 최근 문화계의 새로운 신드롬으로 일찌감치 등장했다.
지난해부터 서서히 인기몰이를 시작한 영화배우이자 탤런트 류승범, 최근 래퍼와 탤런트, 영화배우로 폭넓은 활동을 벌이고 있는 양동근의 인기에는 공통점이 많다.
고교 중퇴, 나이트클럽 DJ 경력 등 ‘화려한 과거’를 자랑하는 류승범 역시 이런 반항아적 이미지가 가득하다.
4월 종영한 ‘화려한 시절’(SBS)에서 주인공 지성보다 훨씬 높은 인기를 누렸던 류승범의 인기는 곧바로 옴니버스 영화 ‘묻지마 패밀리’의 흥행 성공으로 이어졌고, 그가 출연한 패스트푸드 광고 역시 인터넷상의 ‘고전’이 됐다.
류승범의 매니저는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 보인 류승범의 다소 일탈적인 이미지를 방송에서 차용한 것은 대중 기호가 그만큼 다양해졌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양동근 역시 요즘 각광받기 시작한 반항아.
그는 중고교 시절 춤과 힙합에 미쳐 지낸 전형적인 반항아.
그는 영화에서도 일탈적인 역할을 주로 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수취인 불명’에서 눈빛이 도발적인 흑인 혼혈아로, ‘해적, 디스코왕 되다’에서는 학교 수업을 빼먹고 집에서 술을 마시거나 동네 깡패들과 패싸움하는 게 취미인 문제아로 나왔다.
■ 어려움 딛고 '성공신화' 닮은꼴
이런 스타들이 뜨는 것은 그들의 일탈적인 이미지가 곧 순수함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
‘화려한 시절’의 류승범은 사고뭉치이기는 하지만 정이 깊고 정의감이 강한 청년으로, 방영중인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MBC)의 양동근은 소매치기이지만 순수한 사랑의 마음을 가진 청년(게다가 시한부 생명까지!)으로 그려지고 있다.
김남일에 대한 팬들의 반응도 “순수하고 멋있다” “의리있어 보인다” “호쾌하다” 등이 일반적.
김남일과 류승범, 양동근의 특징은 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행동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모두 그리 유복하지 않은 어린 시절을 딛고 일종의 ‘성공 신화’를 만들었다는 것도 매력으로 작용한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류승완감독과 동생 류승범은 어려서 부모를 잃고, 조모 손에 컸다.
감수성이 예민한 류승범은 형보다 더 많이 방황했다. 다행히 류승완 감독의 첫 작품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가 히트를 치면서 배우로 출연한 동생까지 스타로 부상했다.
아역 탤런트 출신인 양동근은 91년 아역 탤런트로 데뷔했으나 그리 넉넉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는 못했다.
“요즘은 옛날보다 돈이 많이 생겨 운동화를 한 열켤레쯤 갖고 있다”고 자랑하는 그의 모습에 가끔 그늘이 진다.
김재원이 연예계의 꽃미남 안정환형이라면 양동근 류승범은 이에 맞서는 반항아 김남일형.
꽃미남이 풍족한 시대를 대변하는 고급 지향의 취향이라면 김남일형 같은 땀내 나는 스타들의 인기는 풍족의 시대에도 사람들은 인간미있는 서민 영웅을 그리워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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