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인권단체인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인터내셔널)가 이스라엘 민간인에 대한 팔레스타인 전사들의 자살폭탄 테러를 ‘반(反)인륜 범죄’라며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위원회는 11일 ‘차별 없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에 의한 민간인 공격’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민간인은 안보라는 명분으로도, 자유라는 이름으로도 결코 공격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규정했다. 보고서의 지적을 들어보자.
“팔레스타인 무장조직들은 이스라엘측이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죽인 데 대한 복수, 또는 점령세력에 대한 투쟁 등 여러 이유를 댄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내 이스라엘 정착민은 민간인이 아니라든가, 민간인에 대한 공격은 강력한 적에게 타격을 가하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식의 정당화도 있다. 그러나 민간인 공격은 어떤 상황, 어떤 시대에도 적용돼야 하는 국제법의 근본인 인도주의 원칙에 위배된다.”
보고서가 언론의 관심을 끈 이유는 이스라엘측을 주로 비난해 온 앰네스티가 모처럼 팔레스타인측을 공격하고 나섰기 때문이지만 기자는 ‘인도주의’라는 무기력해 보이는 원칙에 주목하고 싶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은 이제 누가 더 잘못했고 덜 잘못했다는 식으로 따지거나 정치적 연원의 정당성을 주장할 단계가 아닌 것 같다.
그러기에는 양측이 너무 많은 피를 흘렸고 한 가닥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인은 자녀의 등굣길이 피로 물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팔레스타인인은 언제 탱크가 집을 밀어버릴까 노심초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희망은 개인이든 조직이든(팔레스타인) 국가든(이스라엘) 그 어떤 명분의 테러도 멈추는 지점에서 시작될 수 있다.
얼마 전 유럽 쪽에서 이 지역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해 일체의 테러 행위를 감시하자는 제안이 나온 적이 있다. 좋은 방법일 수 있다. 국제사회가 인도주의라는 보편원칙에 진정으로 동의한다면 말이다.
이광일 국제부 차장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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