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한국판 ‘냅스터’로 불리는 소리바다의 서비스를 중지하라는 결정을 내려 국내 음반 및 정보기술(IT)업계에 큰 파문이 일고 있다.국내 음반시장을 최악의 위기로 몰고간 주범으로 소리바다를 지목했던 음반업계는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국내 음반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한다.
그러나 정보기술업계는 이번 조치로 MP3플레이어 판매 및 P2P서비스 등 관련산업의 위축을 우려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자유롭게 MP3파일을 전송받았던 네티즌들도 저작물 유료화에 반대하는 ‘카피레프트’ 정신을 들어 이번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의미
이번 법원 결정은 인터넷에 유포된 디지털저작물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조치가 내려졌다는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어떤 경로를 통해 저작물을 구입하더라도 합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상거래 원칙이 인터넷에도 그대로 적용돼야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조치는 비단 MP3와 소리바다로 대표되는 디지털음악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최근 게임과 각종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주고받는 와레즈 사이트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단속의 길을 열어주었으며 유포가 쉬운 각종 디지털저작물에 대한 보호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계 영향
소리바다의 서비스 중지 위기로 MP3와 휴대폰 벨소리 전송서비스 등 관련업계에 한파가 몰아칠 전망이다. 이미 MP3 플레이어 제조업체, P2P서비스 업체 MP3파일 전송과 관련있는 업체들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소리바다와 같이 디지털음악파일인 MP3파일을 무료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는 1,000여개에 이른다. 지금까지는 이 사이트들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에 직접적인 단속이 어려웠으나 앞으로는 단속의 손길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경우 거원, 엠피맨, 디지털웨이 등 MP3플레이어 판매업체들은 당장 큰 타격을 입게된다. 소리바다 회원의 급증은 MP3플레이어의 급속한 보급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MP3플레이어 이용자들은 평균 500~600원의 돈을 내고 MP3파일을 구입하기 보다는 소리바다 등 무료사이트에서 전송받아 이용해왔다. 따라서 MP3파일의 보급처인 관련 사이트들이 폐쇄되거나 유료로 전환할 경우 100개가 넘는 MP3플레이어 제조업체들도 일차적으로 찬바람을 맞게된다.
그러나 디지털웨이의 김충은대리는 “단기적으로는 판매량이 주춤하는 등 영향을 받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음반시장에 디지털화가 빨라져 오히려 시장이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소리바다와 상표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휴대폰 벨소리를 판매하는 인포허브 같은 음원 부가서비스업체에도 비상이 걸렸다.
인포허브측은 지난해부터 소리바다에 마케팅 사용료를 지불하고 휴대폰 벨소리를 인터넷에서 판매해 왔으나 앞으로 해당 서비스를 중지해야 할 형편이다. 이에 따라 이 업체는 자체 상표를 만들어 서비스를 재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피씨박스, 웹하드처럼 개인대개인(P2P) 방식으로 파일전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도 불똥이 튈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따라서 같은 방식의 P2P서비스업체들이 단속의 손길을 피하려면 서비스 방식을 변경하지 않을 수 없다.
업체 관계자는 “소리바다처럼 불법복제 거래혐의를 피하려면 파일목록제공과 검색기능을 삭제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이용자들의 감소가 불보듯 뻔해서 고민”이라고 말했다.
▼실효성에 의문
정보기술(IT)업계는 소리바다의 서비스 중지 조치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1,000여개에 이르는 유사사이트들을 일일이 단속하기 힘들고 디지털음악 사업을 활성화할 대안도 없기 때문이다.
업체 관계자는 “소리바다가 사라지면 제2의 또다른 소리바다가 등장할 것”이라며 “그 이유는 네티즌들이 공짜를 좋아해서라기보다 음반업계가 네티즌들의 욕구를 채워줄 만큼 발빠르게 디지털음악파일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네티즌들이 원하는 신곡을 음반업계에서 MP3파일로 즉각 만들어 시장에서 판매했다면 소리바다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디지털화가 늦은 음반업계가 제공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음반업계 "침체된 산업에 활기"
소리바다의 서비스 중단 판결에 음반업계는 두 손 들어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번 판결로 음반산업이 활기를 띨 것으로 생각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다.
소리바다를 상대로 음반복제 등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던 음반산업협회 박경춘 회장은 “이번 결정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네티즌들도 당장은 손해를 보는 것 같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음반산업 전체를 살리는 길이므로 적극적인 동참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MP3 무료 다운로드 퇴치에 목소리를 높여온 작곡가 김형석씨도 “MP3 무료 다운로드가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번져가면서 이제 음악은 돈 주고 사면 바보라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이제 MP3 다운로드도 음반처럼 유료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MP3 다운로드 유료화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미 공짜 다운로드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유료 다운로드를 얼마나 수용할지 미지수”라는 의견과 “핸드폰 벨소리도 돈을 내고 다운로드 받는 세상이다. 분위기만 잡히면 MP3도 유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반반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냅스터의 유료화 이후 메이저 음반사들이 손잡고 유료 사이트를 만들었으며 국내에서도 도레미 미디어, SM 등이 시범적으로 유료 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더 많은 음반사와 인터넷 포털 등이 참여해 유료 사이트가 제대로 자리를 잡을 경우 음반업계의 수익구조 변경은 물론 매출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도레미 미디어 황인서 이사는 “유료 사이트 이용자를 1,000만명으로 보고 월1만원의 회비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이중 1/4만 음반업계에 돌아가도 현재 음반 시장 전체 매출과 맞먹는 연간 3,000억원이다.
여기에 다운로드까지 유료화하면 결국 소장가치가 있는 음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음반업계 전체가 MP3에 대해서만큼은 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음반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을 현실화하기 위해 가수들이 앞장서는 불법 사이트 단속 및 유료화를 촉구하는 대규모 궐기대회와 온라인 저작권 관리를 위한 음반 제작자들의 연대 모임 등을 준비하고 있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네티즌 "음반판매 불사"
“대중음반 불매운동도 불사하겠다.” “소리바다를 통해 파일을 공유한 나를 기소하라.”
인터넷 음악파일 공유사이트인 ‘소리바다’의 서비스를 사실상 중단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시대 흐름을 거스르는 판결”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소리바다 게시판은 판결에 항의하는 네티즌들이 몰려 한때 서버가 다운되는 등 각종 인터넷 게시판들이 네티즌들의 항의로 들끓었다.
ID가 ‘duff100’이라는 소리바다 회원은 “소리바다는 불법 유통이 아니라 책을 친구에게 빌려 주는 것처럼 인터넷상에서 이뤄지는 자유로운 자료 교환”이라며 “이 같은 정보 공유의 권리를 돈벌이에만 급급한 음반협회가 제한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네티즌들은 또 수천개의 사이트에서 정보 공유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소리바다를 폐쇄한다고 해서 음악파일 공유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ID ‘zerocool’ 회원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메신저로 파일 공유를 하면 마이크로소프트사도 기소할 거냐”며 비난했다.
소리바다가 음반산업에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ID‘god0226’ 회원은 “소리바다로 인해 돈이 없는 가수들이 저비용으로 홍보할 수 있고, 음악성이 뒷받침되면 오프라인 판매도 활기를 띄어 시너지 효과를 낸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그동안 음반산업이 위축됐던 것은 소리바다 때문이 아니라 음반시장이 10대를 겨냥한 댄스음악 위주로만 편식해온 탓”이라며 “소리바다는 오히려 대중음악의 다양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소리바다 폐쇄 위기가 현실화하자 “음반협회에 대해 사이버 시위를 벌이자” “소리바다 모금운동을 벌여 서버를 해외로 옮기자”는 등 각종 제안도 쏟아지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일정 기간을 정해놓고 신곡과 구곡으로 나눠 신곡에만 요금을 받는 방식은 어떠냐"는 절충안을 내놓기 했다.
진보네트워크의 오병일(吳炳一) 사무국장은 “이번 결정이 단순히 소리바다의 운영 문제만 아니라 인터넷 상의 개인적이고 비영리적인 정보 이용행위 자체를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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