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상승세가 본격화하고 있으나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국책 및 시중은행장들은 12일 박 승(朴 昇) 한국은행 총재 주재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하반기에 설비투자 개체 투자는 증가하겠지만 환율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들이 활발한 투자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장들은 또 “한국은행이 하반기 중 12%대의 설비투자 증가율을 전망했지만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 같다”며 “특히 기업들이 내부 유보금으로 설비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기관 차입의존도는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장들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기업들이 돈 빌리기를 꺼리고, 여유자금이 생기면 투자보다는 차입금 상환에 나서는 현장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다.
실제로 6월 기업대출은 2조8,690억원 증가에 그쳐 증가폭이 3월 4조9,519억원에 비해 크게 줄었고, 이 가운데 대기업 대출은 5월 3,793억원 감소에 이어 6월에는 1조2,173억원 감소로 감소폭이 크게 확대됐다. 회사채도 6월 발행보다 상환물량이 1조9,927억원이나 많았다.
이는 물론 기업들이 반기 결산을 앞두고 부채비율 관리를 위해 자금상환에 나선 데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환란 전 차입경영과 과(過)투자로 호된 시련을 겪은 기업들이 요즘은 ‘돌다리도 두드려보자’는 식으로 투자에 신중해졌기 때문이다.
또 한은 조사에 따르면 생산설비수준에 대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2ㆍ4분기 중 100으로 낮아졌는데, 이는 설비과잉 업체수가 부족 업체수와 같아 과잉설비부담이 거의 해소됐음을 뜻하는 것이다. 그러나 향후 설비투자전망에 대한 BSI는 4월 116.6, 5월 113.8, 6월 111.6으로 점차 감소하고 있어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음을 나타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 회복국면에도 설비투자가 제대로 늘지 않으면 성장의 질적 저하가 초래된다”며 “양적인 설비투자 팽창이 아닌 질적인 투자 확대를 위한 유인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남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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