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미술대전이 또 다시 파행 개최의 위기에 처했다.국내 최대의 미술 단체인 한국미술협회(이사장 곽석손)가 여는 이 미술 공모전은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오광수)의 대관 축소로 작품 심사ㆍ전시 장소를 찾지 못하고 있다.
미협 임원 80여 명은 9일 오후 비상 총회를 열고 과천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오광수)을 5시간여 항의 방문했다.
그간 현대미술관은 미술대전을 위해 1, 2, 7 전시실을 대관해왔으나 올해부터는 7전시실만 대관하겠다고 방침을 바꾸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대관거부로 미협은 해마다 5월에 개최되던 비구상(한국화 서양화 조각) 부문을 8월로 늦췄으나 전시장은 여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다.
미협은 “서울시내에 대관 전용 미술공간이 생길 때까지 종전대로 전시실 3개의 대관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미협은 국립현대미술관의 대관 축소를 ‘행정사대주의’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미 지난해 6월에 대관축소를 통보했다고 맞서고 있다.
외국에서는 국립미술관이 사설 미술단체의 공모전에 대관을 해주는 예가 없고, 기획 전시 일정도 빠듯한 봄, 가을에 장기간 대관하면 미술관 기능 자체가 마비될 정도라는 것이 이유였다.
미협은 국립현대미술관을 대관하지 못할 경우 대관료가 10배 가까이나 비싼 예술의전당 등을 빌리거나, 분산 개최해야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이 같은 결정에는 미술대전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 깔려있다.
미술대전은 일제시대 열렸던 ‘선전’을 이어 1948년 정부 주최의 ‘국전’으로, 1981년부터는 미협으로 주체가 바뀌어 열리는 최대 규모 미술 공모전이다.
인맥과 학맥에 따른 편파 심사, 2001년에는 미술협회 관계자 25명이 입건된 금품 수수 사실이 불거지는 등 폐해에 대한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국립현대미술관의 한 관계자는 “현재 매년 열리는 전국의 미술 공모전이 100개가 넘는다. 공모전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며 “국립현대미술관은 국민을 위한 미술 향유 공간이지 미술인들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고 말했다.
미술인들은 미술대전이 다시 기로에 섰다며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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