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함께 피서를.’ 자녀의 독서에 대한 학부모의 관심은 높지만 독서지도를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당황해 하는 경우가 많다. 엄기원(嚴基元) 한국아동문학연구회장으로부터 여름방학동안 자녀의 독서지도 요령을 들어보았다.어린이들이 도서를 싫어하는 것은 ‘독서는 곧 공부’라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독서는 곧 생활의 일부’임을 인식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책을 공부방의 책꽂이에 가지런히 꽂아 둬야 한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유아ㆍ유년기에는 그림 위주의 큰 책들이 장난감과 인형들과 함께 있도록 하여 장난감놀이, 인형놀이가지루해지고 싫증이 나면 곧 책을 펼쳐보고 놀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 아이들은 커서도 자연스럽게 독서를 하게 된다.
우리는 화장실에 대한 고정관념도 깨야 한다. 동요ㆍ동시집이나 우화집, 짧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어느페이지를 펴도 읽을 수 있는)책 한 두 권쯤 화장실에 비치해 두고 변기에 걸터 앉아서 읽을 수 있게 하자. 독서 습관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될것이다.
TV가 거실과 안방을 점거한 지는 오래됐다. 그만큼 TV는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다.그러나 한 달에 하루쯤은 TV를 안보는 날로 정하고 대신 책을 읽고 가족이 대화하는 날로 바꾸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 날은 가족 독서일로정하여 무슨 책이든 골라 읽도록 해 보라. 아마도 아이들이 어른보다 훨씬 좋아할 것이다.
자녀 독서지도에 가장 효과적인 것은 부모가 본을 보이는 일이다. 아이들은 “공부해라, 책을 읽어라” 해놓고 엄마 아빠는 TV에서 연속극을 보면 어떻게되겠는가? 부모가 자녀 앞에서 책을 보는 모습을 보이는 게 가장 훌륭한 독서 지도 방법이다. 부모가 일기를 쓰는 가정에선 자녀도 일기를 잘 쓴다.
책을 많이 읽는 옛 성현들은 독후감을 쓰지 않았다. 어렸을 때는 책을 재미있게 읽으면 그것으로 만족해야한다. 독후감을 억지로 쓰게 하는 것은 마치 음악을 싫어하는 아이에게 강제를 피아노를 치게 하는 일과 같다. 책을 다 읽고 속표지나 여백에 누가언제 읽었다는 기록 정도를 해두면 된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동시ㆍ동화ㆍ우화ㆍ상식ㆍ스포츠ㆍ과학ㆍ역사ㆍ전기ㆍ예술 등 여러가지 책을 고루 읽도록하는 게 바람직하다. 내 아이가 책을 좋아한다고 전집류를 사다 안기는 것은 당장은 좋아하지만 책에 대한 위압감을 갖기 십상이다. 그러므로 모든책을 낱권으로 사 읽게 하는 게 효과적이다.
현대인은 누가나 자기 일에 바쁘기만 하다. 그러나 한 달에 한 번, 혹은 방학 때 한 번이라도 아빠가아들 딸의 손을 잡고 서점에 들러 신간 서적을 둘러 보고 아이가 읽고 싶어하는 책 한 권 사 주는 여유를 보이면 얼마나 멋진 아빠이겠는가! 아이가책을 잘못 고를 때 아빠는 도우미가 되어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책을 골라 사는 일도, 독서하는 일도 생활임을 명심해야 한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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