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유지 업무에 파견된 미군을 국제형사재판소(ICC)의 기소 대상에서 제외시켜줄 것을 요구해온 미국이 10일 유엔 안보리에서 집중 성토를 당하자 타협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안보리 이사국 상당수가 이 수정안도 충분치 못하다는 입장이어서 채택 여부는 불확실하다.미국은 이날 안보리 공개 회의 막바지에 항구적인 면책특권 요구를 철회하는 대신 12개월 동안 수사 및 기소를 면제하고, 추후 필요할 때 12개월 더 연장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내용의 타협안을 제시했다.
리처드 그레넬 유엔주재 미국대표부 대변인은 “우리는 1년 동안 완전한 자유를 갖고자 한다”며 “이 기간은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미국인을 본국으로 송환, ICC의 손이 미치지 않도록 하는 데 충분하다”고 말했다.
일부 대표들은 미국이 처음으로 타협의 자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제레미 그린스톡 영국 대사는 “미국의 이번 안은 토의를 할 만한 기초를 갖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 안보리 이사국들은 미국의 수정안이 ICC 창설 근거법인 로마조약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비난의 강도를 낮추지 않고 있다.
로마조약 16조는 안보리가 구체적인 개별사건에 한해 ICC에 조사나 기소를 12개월 동안 연기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도록 돼 했다. 알폰소 발디비에소 콜롬비아 대사는 “미국의 수정안은 진전된 것이기는 하지만 연기 요청 대상 범죄가 너무 포괄적이고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회의에서 거의 40개국 대표들이 한 목소리로 미국을 비난했다. 폴 하인벡커 유엔주재 캐나다 대사는 미국이 안보리의 신뢰성과 국제 조약의 적법성,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일반 원칙 등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비난했다.
하인리히 슈마허 독일 부대사도 안보리가 미국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안보리의 권위와 신뢰가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