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에서 불고 있는 한류(韓流) 열풍, 한국영화 등 문화상품의 해외 진출, 월드컵의 대성공을 한 줄로 꿰어 보면 하나의 큰 흐름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적인 가치는 세계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이다.국민 축제의 한마당으로 치러진 이번 월드컵은 그 동안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조금씩 일궈온 성과가 한꺼번에 표출된 작품이 아닌가 싶다.
잔치는 끝나고 이제 우리 앞에는 세계에서 통하는 한국적 가치들을 찾아내 또다시 월드컵 성공과 같은 자신감을 국민에게 선물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찾아내야 할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이다. 세계 수준의 기량으로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그 무엇’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이미 앞서 있는 세계 수준에 ‘따라 붙는 모방’이 아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대명제를 모든 분야에 적용시켜야 한다는 게 우리가 월드컵에서 얻은 교훈이다.
과연 한국 축구의 실력이 1~2년만에 일취월장한 것이 우연의 결과였을까?
아니다. 지난 50여년의 월드컵 성적을 보면 한국 축구 속에 세계 수준의 기량이 잠재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에게는 ‘세계의 벽’을 뛰어 넘을 해답이 절실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해도 해도 안되던’ 축구의 변방, 한국팀에 애정을 갖게 된 것은 우리 선수들에게서 ‘하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명장다운 통찰력이 있었던 것이다.
그는 토종 한국인 선수들의 몸 속에 숨어있던 힘을 제대로 끄집어 내어 강한 체력에서 나오는 빠른 스피드와 근성, 팀워크로 한국 축구를 세계 축구 강국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그래서 우리 축구도 세계 축구계의 큰 흐름을 읽고 그들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우리들만’의 전력을 만들어 시스템화한다면 얼마든지 세계 최강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히딩크와 태극전사들은 ‘한국 축구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었고, 우리 국민에게 ‘한국형 글로벌 스탠더드’의 가능성을 확인해 주었다.
월드컵에서 온 국민이 열광적으로 환호했던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우리 것으로 우리가 해냈다’는 것이다. 그 동안 짓눌려 온 우리 민족의 자신감이 뿜어져 나오는 순간이었고 쾌감이었다.
경기장 주변에서, 또 거리에서 “대한민국이 자랑스럽습니다”며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부짖었다. 우리는 그러한 20대 젊은이들의 눈물 속에서 “대한민국이 이제는 일어서서 세계로 나아가야 할 때”라는 뚜렷한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다.
기업인의 입장에서 한국다운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일은 어쩌면 마지막 도전일 수 있다.
세계의 1%도 안 되는 이 좁은 땅덩어리를 박차고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세계를 누비는 꿈을 기업보다 먼저 한국 축구가 우리 앞에 보여주었다.
그 답은 한국형 글로벌 스탠더드였다. 히딩크와 같은 통찰력으로, 잠재돼 있는 대한민국의 힘을 찾아내자.
/조운호 웅진식품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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