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시장 안정에 ‘효자’ 노릇을 한 다가구ㆍ다세대 주택이 공급과잉 단계로 접어들면서 도시환경을 해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가구ㆍ다세대주택은 서울 저밀도지구의 재건축과 저금리 시대에 따른 유망한 투자대상으로 떠올라 서울 강남과 신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신축 붐이 일었다. 하지만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주차공간과 생활편익시설의 부족 등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무분별한 건축에 따른 도심 슬럼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과잉공급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다가구ㆍ다세대 주택은 1999년 5만9,715가구(건축허가 기준)에 불과했으나 2000년 10만2,488가구, 2001년 26만2,453가구로 늘었다. 여기에 올들어 4월말까지 공급된 다가구ㆍ다세대주택은 11만4,522가구로 이미 2000년 전체 공급분을 넘어섰다. 이 같은 추세라면 연말까지 35만가구 가까이 공급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로 인해 외환위기 당시 전체 주택공급 물량의 3.9%에 그쳤던 다가구ㆍ다세대 주택의 건설비중이 99년 14.8%, 2000년 23.6%, 2001년 49.5%로 급증했고 올해 4월말까지 57.5%에 육박하고 있다. 올해 공급된 물량중에서 다가구ㆍ다세대 주택 등의 비율이 절반을 상회하고 있는 것이다.
▦왜 증가했나
저금리 영향으로 주택임대 사업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원룸 등을 지어 월세를 놓으려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전세가격 폭등과 전세난 등도 임대료가 싼 다가구ㆍ다세대주택의 공급을 늘린 요인으로 지적된다. 여기에 서울시가 올해부터 다가구ㆍ다세대 주택의 주차장 기준을 강화할 방침을 세우면서 임대수익률 하락을 예상한 임대사업자들의 건축허가 신청이 폭주했다.
현재 서울 강남구 논현ㆍ방배동과 경기 고양 일산ㆍ성남 분당 등 신도시 지역의 소규모 부지에서 공사하는 곳은 대부분 다가구ㆍ다세대 주택이 건립되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원룸주택 밀집지역인 논현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논현동에만 지난해부터 500여동이 지어졌을 것”이라며 “주차난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날림 시공으로 외관마감 등이 엉망이어서 2~3년후면 주택가 전체가 슬럼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도심 슬럼화 우려
다가구ㆍ다세대 주택은 조그만 자투리땅에 오밀조밀 지어져 주거환경이 열악하다. 동간 거리가 짧고 진입로 또한 협소하다. 옆집과의 거리가 짧아 사생활 침해와 채광, 환기 등도 다가구ㆍ다세대 주택이 해결해야할 과제다.
일관성 없는 정책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최대 문제는 주차난. 서울시는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해 가구당 0.7대인 주차대수를 1.0대로 강화하는 ‘주차장 설치 및 관리조례’를 개정한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사용검사제도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구조변경이 쉬운 형태로 건축허가를 받아놓고 사용검사후 원룸 등으로 가구수를 늘리는 불법 증ㆍ개축도 주거환경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대표는 “오피스텔은 사생활 보호가 안되고 관리비까지 비싸 독신자와 신혼부부, 유흥업소 종사자 등이 교통여건이 좋은 지역의 다가구ㆍ다세대 주택을 선호하고 있다”며 “하지만 주차난 등 기반시설이 부족한 데다 무분별하게 건립돼 도시미관을 해치고 있는 만큼 지구단위 계획을 통해 다가구ㆍ다세대 주택 단지를 별도로 마련하는 등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혁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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