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는 장상(張裳) 이화여대 총장이 총리서리로 임명된 것을 반세기에 걸친 한국 여성참정사의 일대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1948년 제헌국회가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한 이래 정부내 최고위직에 여성이 입성한 케이스로 상징적이든 실질적이든 여성에 대해 배타적이었던 정치권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나라 여성 참정사에서 성의 장벽을 뛰어넘은 선두주자는 고 임영신(任永信)씨였다.
그는 미군정기 최초의 여성정당이었던 조선여자국민당 후보로 1948년 경북 안동을 보궐선거에 출마, 제헌국회 홍일점 의원이 됐고 그 해 8월부터 제헌국회 초대 상공부장관으로 활약했다.
최초의 여성당수이자 걸출한 여성정치인으로는 대한부인회 소속으로 1950년 종로갑구에서 민의원에 당선된 고 박순천(朴順天)씨가 꼽힌다.
박씨는 6ㆍ25 전쟁때 서울을 ‘지킨’ 국회의원으로 민심을 얻어 5선의원이 됐으며 63년에는 민주당 총재로 선출돼 최초의 여성당수로도 활약했다.
임씨에 이어 고위직에 오른 여성정치인으로는 1950년 김활란(金活蘭)씨가 공보처장을 역임했고 1952년에는 박현숙(朴賢淑)씨가 무임소장관으로 입각했다.
이후 여성의 정부 고위직 진출은 70년대 말까지 전무했다가 10ㆍ26 이후 최규하 전대통령 시절에 김옥길(金玉吉) 문교부장관, 5공에서 김정례(金正禮) 보사부장관이 임명됐으며, 6공 들어서는 여성문제를 전담하는 정무 2장관직이 신설돼 당연직 여성장관이 배출되기 시작했다.
현 정부 들어서는 여성관련 제반문제를 다루는 여성부가 신설돼 한명숙(韓明淑) 장관이 초대 여성부 장관으로 임명되는 등 여성의 정치참여는 점점 더 힘을 받고있다. 현재까지 장관직에 오른 여성은 모두 26명.
여성의 정치참여를 통한 평등사회 구현을 숙원해온 여성계는 장 총리 지명이 여성 정치지도자의 왕성한 배출은 물론 견고한 남성중심적 기성 정치권을 개혁시키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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