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일에 걸친 마라톤 수사 끝에 검찰은 대통령 차남 김홍업(金弘業)씨를 둘러싸고 제기됐던 의혹들의 실체에 접근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이 과정에서 정관계를 상대로 한 홍업씨의 전방위 로비 실체가 드러났고 재벌 기업들이 대통령 차남에게 보험성 정치자금을 제공한 것과 현직 국정원장의 떡값 제공 사실도 밝혀졌다.
우선 대기업들의 정치권 실세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관행이 현 정권 들어서도 계속된 사실이 밝혀졌다.
현대그룹 고(故) 정주영(鄭周永) 회장은 98년 7월 측근을 통해 홍업씨에게 10억원을 전달한 데 이어 99년 3월부터 2000년 2월까지 매달 5,000만원씩 정기적으로 용돈을 제공했다.
삼성그룹 역시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를 통해 99년12월 현금 5억원을 제공했다.
홍업씨의 청와대 및 검찰, 국세청 등 국가기관에 대한 로비의혹도 상당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홍업씨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모 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오모 전 주택공사 사장의 비리에 대한 내사사실을 알아봤다고 실토했다.
또 이수동(李守東)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를 통해 안정남(安正男) 당시 국세청장에게 미스터피자 특별세무조사 무마를 청탁했던 사실도 인정했다.
대선잔여금 관리의혹에 대해 검찰은 홍업씨가 96년과 97년에 걸쳐 지인들로부터 선거자금 명목으로 11억원을 받아 개인적으로 관리해온 것으로 여권의 정치자금과는 무관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검찰에 따르면 95년도에 20억원 정도였던 홍업씨의 재산은 현재 약 45억원 규모로 불어났는데 이 같은 재산증식은 대선을 앞두고 받은 선거자금과 98년 이후 기업체에서 받은 후원금을 모은 결과였다.
현재 홍업씨는 현금 10억, 예금 8억과 함께 서초동에 14억원짜리 고급빌라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원 5억?’ ‘후광 돈 확인’ 등의 내용이 담긴 김병호(金秉浩) 전 아태재단 행정실장의 메모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결론이 났다.
김씨는 “‘국정원 5억’은 검찰조사 과정에서 국정원 자금을 5억원 정도 받지 않았느냐는 추궁을 받고 이를 메모한 것이며 ‘후광 돈 확인’은 후광문학상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노원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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