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업(金弘業) 아태재단 부이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 현대 삼성 등 대기업들이 김씨에게 거액의 돈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기업경영의 투명성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돈을 준 기업에 민ㆍ형사상 책임추궁을 요구하고 있어 파문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김씨에게 제공된 기업자금은 이재관(李在寬) 전 새한그룹 부회장의 경우처럼 ‘청탁성 자금’도 있지만, 이번 검찰조사에서 새롭게 드러난 것은 현대 삼성 등 특별한 대가없이 정권실세인 김씨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돈을 준 ‘보험성 자금’이다.
현대는 고 정주영(鄭周永) 전 명예회장이 동생 정상영(鄭相永) KCC그룹 명예회장을 통해 총 16억원을 제공했으며, 삼성도 김인주(金仁宙) 구조조정본부 재무팀장이 5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 현대 등은 자금제공배경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면서도 매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구설수에 휘말렸다는 것도 불명예스럽지만, 무엇보다 자신있게 말해온 ‘정경유착로부터 완전결별’ ‘유리알 같은 투명경영’ 주장이 결과적으로 허구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모든 관행이 하루아침에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정권실세에 돈을 줬다는 사실은 투명경영 원칙에 반하는 것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현대와 삼성이 제공한 돈을 대가성없는 ‘증여’로 규정, 해당기업엔 법적 책임을 묻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과는 별도로 시민단체들은 주주대표소송 등을 통해 해당기업에 민ㆍ형사상 책임을 묻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김상조(金商祖ㆍ한성대 교수) 소장은 “대가성 여부를 떠나 돈의 출처가 회사자금이라면 불법행위를 통해 회사와 주주에 손해를 끼친 것으로 판단된다”며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자금제공주체가 법적 실체가 없는 ‘구조조정본부’이고, 구조본 자금이란 각 계열사 ‘자금 풀(pool)’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책임추궁대상 자체가 불분명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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