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적신의 고사’가 1,200년 만에 부활한다.케이블ㆍ위성 채널인 바둑TV는 신예 고수 4인방이 눈을 가리고 대국을 펼치는 이색 프로그램 ‘바둑TV 스페셜_암흑대결’을 마련, 14일부터 매주 일요일 오후9시10분 3회 연속 방송한다. 강지성 5단, 안영길 4단, 한종진 4단, 최철한 4단이 그 주인공들.
왕적신(王積薪)은 8세기 중엽 중국 당 현종 때 기대조(棋待詔ㆍ황제의 바둑 상대역을 맡는 벼슬)를 지낸 실존 인물.
그가 어느날 산속 오두막집에서 하룻밤을 지새게 됐는데 안방에서 마침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 “동(東)의 5, 남(南)의 9에 두었습니다.” “동의 5, 남의 12에 놓았네.”
두 사람은 깜깜한 방에서 바둑판이나 바둑알도 없이 말로만 바둑을 둔 것이다.
깜짝 놀란 왕적신은 두 사람에게 바둑을 배웠고, 집을 나선 뒤 돌아보니 오두막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이 ‘왕적신의 고사’이다. 지금도 중국은 물론 한국 바둑계에 서도 전해 내려오는 유명한 고사이다.
‘암흑대결’은 두 대국자가 수를 부르면 도우미 2명이 바둑판에 돌을 놓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처음 100수까지는 눈을 가리고 바둑을 두고, 이후부터는 눈가리개를 풀고 대국을 마무리한다.
착수금지구역(이미 돌이 놓여있는 곳)에 돌을 놓으면 1집 공제, 눈가리개를 100수 이전에 풀면 5집 공제 후 이후 1수에 1집씩 공제한다.
3일 녹화된 ‘암흑대결’에서 강지성 5단과 안영길 4단은 100수까지 단 한번도 착수금지구역에 돌을 놓지 않는 뛰어난 수읽기 실력을 과시했다.
강지성 5단과 안영길 4단의 대국은 14일, 한종진 4단과 최철한 4단의 대국은 21일, 두 대국 승자간의 최종대국은 28일 방송된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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