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주에 회를 먹으니 피부가 뽀얘지는 것 같지 않니?”지난해 개봉했던 ‘아프리카’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소주도, 오십세주도 아니고, 딱 ‘백세주’다.
물론 PPL(Product Placement)이다. PPL은 프로그램에서 상품을 간접 광고하는 방식으로 요즘 좀 된다 싶은 영화들은 밀려드는 PPL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아는 게 병’이라고 PPL이라는 단어를 알고 나서 영화를 보게 되면 스트레스가 쌓이는 게 사실이다.
영화에서 특정 상품이 노출될 경우 ‘저것도 PPL?’이라는 의구심이 끊임없이 고개를 드는 것이다. ‘서프라이즈’에서는 외국 의류 에스카다의 쇼핑백이 너무 자주 눈에 띄고, ‘라이터를 켜라’에서는 새마을호 열차의 시트와 배우 강성진의 조끼에 현대택배 로고가 찍혀 있고, 그의 대사 역시 “예, 빠르고 신속한 현대택배…”식이다.
이 정도쯤 되면 아무리 둔감한 관객이라도 눈치를 챌 수 있다. 물론 공연히 신경을 곤두세웠다가 허탈해지는 경우고 있다.
‘집으로…’에서 손주가 갖고 놀던 로보트나 할머니가 손주를 위해 사오는 쵸코파이는 딱 PPL로 보이지만 아니다.
곧 개봉할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도 엄청난 물량의 PPL이 나온다.
톰 크루즈가 추위에 떨고 있는 예언자를 데리고 들어간 곳은 미국의 대중적 의류 메이커 갭(GAP) 매장.
“영화에 이런 제품을 쓰는 것은 이런 상품이 일종의 기호(아이콘)로 작용, 관객들로 하여금 현실감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라는 게 스티븐 스필버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관객들은 현실감을 느끼기 보다는 갭이 2054년까지 살아남을 대단한 메이커라는 착각이나 스필버그 영화에 이렇게 끼어 들다니 갭, 너 참 대단하다, 이런 생각이 들 뿐이다.
영화에 나온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 불가리 시계, 펩시 콜라 등도 마찬가지.
그렇다면 PPL 없는 영화는 없을까. 이런 짜증을 영화도 알고 있다.
‘예스터데이’에서 경찰청 화상 전화 초기 화면에 통신 서비스 카이 로고가 계속 뜨자 급히 전화를 하려던 주인공 김승우가 소리를 버럭 지른다.
“경찰청 전화에는 이것 좀 안 넣으면 안돼요” 그러자 선배가 대답한다. “그럼 네가 경찰청 전화요금 다 낼래?” 관객들은 웃고 말았다.
관객보다 주인공이 먼저 짜증을 내게 하는 고도의 술책(?)이지만 거기에는 일면의 진실이 담겨있다.
PPL 좀 그만하면 안돼요? 이렇게 관객이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지도 모른다.
“그럼 당신이 제작비 좀 낼래?” “그럼 당신 입장료 좀 더 낼래?” 그것도 아니라면 이런 협박이 나올지도 모른다.
“어차피 제작비는 한정돼 있으니까 PPL을 안하면 개런티를 좀 줄여야 하고…. 그럼 (장)동건이 대신 (양)동근이로 하지 뭐” 네? 그냥 볼게요. 컷!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