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ㆍ파월 미 국무장관이 사임할지도 모른다는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다.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완전 장악하고 있는 강경파들의 등살에 온건파인 그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중동문제 때문에 사임설이 나오더니 이번에는 미국이 서해교전 후 대북 특사 파견취소를 결정하자 대북 온건론자인 그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보도다.
파월의 거취는 우리의 대북 정책에도 영향을 줄 것 이기 때문에 각별히 관심이 간다.
■파월은 군 출신이면서도 온건 합리주의자다. 부시 행정부 강경파의 핵심 인사들은 학자나 정치인 등 대부분 민간 출신이다.
군 출신이 온건파이고 민간출신이 강경파라는 대목이 이채롭다. 파월은 이스라엘 문제는 팔레스타인과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고, 대북 문제에 있어서도 부시 행정부내의 몇 안 되는 대화 우선주의자다. 그는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과의 불화에 시달리고 있고, 부시의 대외정책 결정에 미치는 영향에서 학자 출신인 콘돌리사 라이스에 밀리고 있다.
■파월이 대북 문제에 있어 대화를 앞세우는 것은 그가 한국근무 경험이 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파월은 1973년 가을부터 동두천 2사단에서 대대장으로 1년 동안 근무했다. 그는 베스트 셀러 였던 자서전 ‘나의 미국여정(my American journey)’에서 동두천 근무시절을 ‘직업군인으로서 가장 만족스럽고 행복했던 때’라고 회고했다.
또 카튜사(KATUSAㆍ미군과 같이 근무하는 한국병)에 대해서는 ‘지휘해 본 군인들 중에서 가장 우수했다’고 평했다.
파월은 91년 걸프전을 승리로 이끈 뒤 ‘블랙 아이젠하워’(아이젠하워 대통령과 같은 전쟁 영웅)로 불리우며 가장 유력한 미국 대통령후보 반열에 올랐고, 인기도는 부시 대통령을 앞서는 경우가 많다.
■물론 파월 자신은 사임설을 부인한다. 그는 “취임 후 18개월 동안 국무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항상 초심을 유지해 왔다”면서 “내 의견이 수용되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대통령을 보좌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원칙적 입장을 말한다.
미국 언론들은 “파월의 사임은 백악관에게 재난이 될 것”이라고 쓰고 있다.
이병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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