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980년대 중반부터 방사성 폐기물 관리를 위해 사용후 핵연료 중간 저장 시설과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장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왔다.그러나 안면도 굴업도 등 부지 선정에 실패했으며 최근에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공모까지 했으나 부지 확보에 실패했다.
방사성폐기물 관리는 지금까지 약 16년 동안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해 ‘목에 가시 같은 사업’이 돼 버렸다.
지역이기주의와 지방자치단체의 문제 등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우리의 의식과 정치 및 행정 수준이 이 정도의 사회적 합의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데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이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은 사용후 핵연료 중간 저장 시설과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장을 하나의 대규모 부지에서 해결하려 했기 때문인 듯 하다.
방사성 폐기물 관리 부지를 만들어 연구 기능도 부여하고 주민에게 친근감을 주는 시설도 유치하려면 대규모이어야 한다는 점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사용후 핵연료와 중저준위 폐기물을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부지 확보에 도움이 안 된다. 부지의 규모가 커지면 이해시켜야 할 대상도 많아지고, 후보지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세계적으로도 사용후 핵연료와 중저준위 폐기물을 하나의 부지에서 관리하는 예는 없다. 사용후 핵연료는 고열과 고방사능을 띠지만 부피가 작아 각 발전소에서 물속에 저장하고 있다.
중저준위 폐기물은 그 부피가 상대적으로 크고 발전소 이외에 산업체 병원 등에서도 발생하기 때문에 발전소 부지에 보관하기에는 여러모로 적합하지 않으므로 종합적으로 집중 관리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안전하다.
따라서 더 이상 종합적인 대규모 부지 확보에만 매달리지 말고 저장 특성에 맞게 새로운 접근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핵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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