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운 옛 기록을 통해 조선 왕실문화의 면면을 엿볼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된다.한국정신문화연구원은 16일~8월9일 경기 분당 연구원 전시실에서 장서각(藏書閣) 소장 왕실자료 특별전을 연다.
규장각과 함께 옛 왕실서고의 맥을 잇는 장서각 소장 자료는 학자들의 연구자료로 활용돼왔으나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회에는 궁중의례, 궁중생활, 국왕의 문예활동 등 5개 주제로 나뉘어 76종 126책이 선보인다. 이 중 ‘이십공신회맹축(二十功臣會盟軸)’은 학계에도 공개되지 않았던 희귀자료다.
1694년 숙종 때 공신들이 왕실에 충성을 다짐하며 지낸 ‘회맹제’의 제문과 참석자를 두루마리에 적은 것으로, 길이가 24m나 된다.
박용만 전문위원은 “통옥을 갈아 만든 두루마리 축과 비단 장정, 단아한 글씨체 등에서 왕실의 위엄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영조가 1751년 사도세자의 맏아들 정(1750~52)을 왕세손에 책봉하면서 내린 문서(의소세손책봉교명ㆍ懿昭世孫冊封敎命)도 관심을 끈다.
직조할 때 용 두 마리와 ‘교명’이란 글자를 넣어 짠 오색 비단에 글을 적었다.
사극에서 보듯 이 문서 하나를 손에 쥐기 위해 피바람 이는 암투가 벌어지기도 했는데, 정작 주인공은 이듬해 숨졌다.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이 일본에 볼모로 잡혀있을 때 외로움을 달래며 그린 그림들에서는 애잔함이 느껴진다. 새 개 물고기 후지산 등을 가는 붓으로 스케치한 것이다.
궁중에서 읽던 한글 소설들도 선보인다. 영웅 일대기를 그린 ‘낙성비룡’은 한글 궁체의 전형을 보여주며, 일부다처제에서 비롯된 갈등을 다룬 ‘완월회맹연’은 180권 180책으로 국문학계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긴 소설로 평가한다.
이밖에 명성황후 장례 행렬을 그린 ‘발인반차도(發靷班次圖)’, 왕실족보 ‘선원록(璿源錄)’, 영조의 친필기록 등도 실물로 만날 수 있다.
최진옥 장서각 관장은 “일반인들이 옛 왕실문화의 정수를 접하며 우리 문화에 대해 자긍심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장서각이란
옛 규장각 도서와 홍문관 집옥재 춘방 봉모당 조묘 등에 흩어져있던 왕실 도서를 모아 1918년 설립됏다.장서각은 광복 이후 구 왕궁사무청,문화재관리국 등을 거쳐 8년 정신문화연구원에 이관됐다.현재 장서각에서는 상당수의 국내 유일본을 포함해 고전적 8만3,000여책,고문서 5,000여점 등이 소장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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