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경관이 흑인을 구타하는 장면이 TV로 방영돼 흑인들이 인종차별이라며 반발, 미 전역에 ‘제2의 로드니 킹’ 사건을 의식한 흑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6일 저녁 미국 로스앤젤레스 남서부 잉글우드의 한 주유소에서 백인 경찰 제레미 모스가 도노번 잭슨(16)이라는 흑인 소년에게 수갑을 채운 뒤 순찰차 트렁크에 엎드려 세운 채 마구 구타했다.
잭슨은 이날 아버지와 함께 주유를 끝내고 매점에서 감자깡을 구입해 나오다 경찰이 유효 기간이 지난 번호판을 부착했다며 아버지를 연행하려 하자 이에 항의하다 수갑이 채워졌다.
그런데 근처 모텔에 머물던 한 백인 남성이 모스가 잭슨을 구타하는 장면을 캠코더로 촬영해 방송사에 제보, 이 장면이 8일부터 TV에 집중방영되면서 경찰을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사태가 악화하자 CNN 등은 91년 흑인 로드니 킹을 백인 경관들이 집단구타한 장면이 TV에 방영돼 결국 LA폭동으로까지 번졌던 이른바 ‘로드니 킹 사건’의 재판이 될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잭슨 가족의 변호인인 조 홉킨스는 “잭슨은 발육부진아로 특수학교에 다니며 전과 경력도 없다”고 말하고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은 흑인 소년을 구타한 것은 명백한 인종차별적 법집행”이라고 비난했다.
흑인들의 분노가 비등하자 루스벨트 돈 잉글우드 시장은 9일 “모스의 행동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하고 그를 직위해제했다.
또한 이 지역 출신 맥신 워터스(민주당) 연방하원의원은 워싱턴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까지 백인 경찰이 백인 소년을 그처럼 무참히 두들겨 패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비난하고 존 애쉬크로프트 법무장관에게 즉각적인 조사와 형사처벌을 요구했다.
이밖에 인권단체와 흑인 사회도 진상조사를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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