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힘들다는 얘길 들으면 못 참겠어. 그냥 도와줘야 내가 행복해.” 10일 오후 서울 목동 출입국관리사무소 5층 외국인 보호실. 강제 출국을 앞둔 외국인 노동자 20여명이 줄 지어 한국인 의사에게 다가섰다.환자를 진찰하고, 주사를 놔주고, 약을 조제해주는 사람은 IMF외환위기 시절 사랑의 인술(仁術)을 펼쳐 ‘노숙자의 아버지’로 불렸던 선우경식(鮮于京植ㆍ57) 요셉의원 원장이다. 그가 이제는 ‘외국인노동자의 슈바이처’로 인술의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3월 초 우연히 지인으로부터 외국인 노동자들이 힘겹게 살고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된 선우 원장은 곧바로 출입국관리사무소로 전화를 걸어 무료 진료를 제의했다. 이때부터 매주 수요일 간호사 2명과 함께 이곳을 찾는다.
바쁜 일이 생기면 날짜를 바꿔서라도 반드시 일주일에 한번씩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애환을 듣고 상처를 치료한다. 출입국관리사무소 박찬호(朴璨浩ㆍ46) 심사과장은 “치료를 받은 강제 출국 대상자들은 ‘버림받는 한국 땅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접한 따뜻한 손길’이라며 눈물을 글썽인다”고 귀띔했다.
미국시민권자이기도 한 그가 미국 유학생활을 끝내고 귀국한 것은 80년대 초. 종합병원 내과 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신림동 산동네를 주말마다 누볐다.
좀더 체계적인 치료를 위해 87년 관악구 신림1동에 요셉의원을 열어 본격적인 의료봉사활동에 나섰다. 신림동 건물이 낡아 헐게 되자 97년 영등포역 부근 쪽방 골목으로 옮겼고, 2년전 목동에 알코올재활센터를 열어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아버님(3년 전 작고)의 염색공장에서 일했던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진 빚을 이렇게라도 갚아야지.” 세례명을 딴 의원에 자원봉사자 500여명과 함께 하루 24시간을 모두 쏟는 그는 환갑을 앞두고도 여전히 독신이다.
13년째 선우 원장을 옆에서 지켜본 요셉의원 자원봉사자 윤은숙씨는 “선생님은 한 아들의 아버지가 아닌 모든 ‘빈자(貧者)들의 아버지’”라고 불렀다.
후원문의 (02) 2636-2474, 2634-1760
정원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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