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방송규제기관인 독립텔레비전위원회(ITC)는 4일 민간 디지털방송인 ITV 디지털의 허가권을 BBC 컨소시엄에 주기로 결정하였다.이로써 연초 가입자 확보의 어려움과 과도한 축구 중계권료 지불로 빚어진 ITV 디지털의 파산위기는 원만하게 해결되었다.
ITC의 이같은 결정은 절치부심 재허가를 추진했던 그라나다& 칼튼 커뮤니케이션사 측에 상당한 실망을 안겨주었지만, 대부분의 디지털TV 관련자들에게는 ‘안정과 이익’을 보장해 주었다.
우선 영국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유료방송으로 운영하겠다던 애초의 계획을 수정해야 했지만, 영국 내 가장 신뢰 받는 BBC를 선택함으로써 디지털TV 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유료방송인 ITV 디지털을 무료로 전환함으로써 디지털TV 정착을 위한 안정적 가입자 수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ITV 디지털 파산의 주요 원인이 가입자 확보의 실패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2006년까지 전체 가구의 약 40%를 가입자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이익이 있다. 20만원 미만의 비용으로 수신기를 구입함으로써 BBC의 모든 디지털 채널과 위성방송인 BSkyB의 Sky뉴스, Sky스포츠뉴스, Sky트래블을 24시간 무료로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루퍼트 머독이 운영하는 BskyB는 BBC 컨소시엄에 참여함으로써 이미지 제고에 성공하였을 뿐만 아니라 세 개의 채널, 즉 Sky뉴스 Sky 스포츠 Sky트래블을 통해 자사의 유료채널을 홍보할 수 있게 되었다.
전송사업자인 크라운 캐슬 인터내셔널은 영국의 디지털정책에 관한 모든 기술적 책임을 지게 됨으로써 기술적 도약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ITC의 결정은 BBC에게 가장 큰 이익을 안겨 주었다.
즉 엄청난 재원을 필요로 하는 디지털TV를 무료로 운영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수신료 징수 시 예상되는 보수당의 정치적 공세를 무력화했고, 표류 직전의 국가 디지털정책을 구제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한층 더 강화시킬 수 있었다.
한국도 2010년까지 디지털TV를 완성하기로 되어 있다.
그때까지 많은 정책적 결정이 있을 예정인데 그 과정에서 참여자 모두에게 ‘안정과 이익’이 보장되는 지혜로운 결정이 함께 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대식 KBS방송문화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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