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를 도입하지 않은 우체국이나 외국계은행으로 거래를 옮기도록 회원사들을 독려하겠다.”재계가 은행권의 토요휴무를 내내 마뜩찮게 여기더니 급기야 ‘이에는 이‘식의 경고를 내놓았다. 은행이 토요일에 문을 열지 않으면 무역업체 등 기업이 피해를 보는 만큼 독자적인 살 길을 찾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극약처방에는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재계가 협상을 진행하는 와중에 은행권이 개별 단체협약 체결 형식으로 단행한 ‘도발’을 좌시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또 이번 기회에 본때를 보여줌으로써 다른 업종으로 주5일 근무가 확산되는 것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 같다.
그러나 경제단체가 재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쳐도 은행권의 주5일 근무에 대한 대응은 한마디로 이율배반적이다.
출자총액제한 등 정부의 갖은 규제를 철폐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재계가 스스로 경제단체를 내세워 은행권의 ‘자율’을 용인할 수 없다고 나서는 격이다.
회원사의 거래 은행을 변경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경고는 더욱 한심하다.
이 내용이 물의를 빚자 재계는 10일 개최하려던 경제5단체 상근부회장 회의를 무기 연기하는 등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지만, 섣부른 발상 때문에 재계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경제단체 회원사들이 기분 나쁘다고 우체국이나 외국계은행으로 거래은행을 돌연 변경할 경우 과연 누가 더 큰 피해를 보게될까.
“아무리 은행들이 기업에게 돈을 빌려가라고 아우성치는 시대라지만 은행 대출이 끊기면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할 기업이 허다할텐데 도대체 뭘 믿고 큰 소리를 치는지 모르겠다.”
은행권의 비아냥거림은 재계의 이율배반이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이영태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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