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돌연 발표된 도로교통사범 대사면 조치는 정부의 이성을 의심케 한다.도로교통법 위반자의 벌점에 대한 특별 감면이라지만, 이번 조치는 대상자가 481만명이나 되고 내용도 파격적이어서 일반 법령의 한계를 뛰어넘는 사면이라 할 수 있다.
사면은 사법권 독립에 대한 예외적 현상이므로 충분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정부가 내세운 명분은 ‘월드컵 4위를 계기로 형성된 국민적 축제분위기 고양과 서민불편 해소를 통한 국민 대화합’이다.
월드컵 4위는 분명 해방 이래 최대의 감격스러운 일이며 이를 계기로 일찍이 유례가 없는 전국민적 일체감이 조성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나친 열광과 도취로 인한 문제점도 많은 터에 그 열광을 건전한 에너지로 승화시키려 하지 않고 정부부터가 월드컵에 취해 법질서와 행정의 권위를 스스로 훼손하고 말았다.
4년 전에도 500여만명에 대해 같은 조치를 취한 바 있다지만, 그 때는 국민의 정부 출범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명분이 있었고 시기적으로도 사면조치에 대한 예측이 가능했다.
부끄럽게도 교통사고 선진국인 우리나라는 교통단속을 더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조치로 교통위반은 범법도 아니라는 인식이나, 적발되더라도 벌금을 내지 않고 오래 버티면 구제된다는 생각이 퍼질 수밖에 없게 됐다.
또 월드컵 기간인 6월30일에 적발된 사람은 혜택을 입고, 월드컵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그 다음 날 적발된 사람은 해당이 안 된다면 당연히 불평이 생길 수 있다.
서민불편 해소라는 명분과 달리 서민들만 대상인 것도 아니다.
정부의 말대로 서민들을 위한 일이라면 앞으로 교통 외에 통신ㆍ건축ㆍ병역사범은 물론 일반 생활 사범들까지 다 사면해줘야 국민대화합이 이루어질 텐데 어떻게 할 작정인가. 8ㆍ8 재보선을 의식한 선심행정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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