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내세울 만한 기업이 너무 적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도 세계 무대에선 여전히 중소기업 수준이다. 덩치를 키우는 것이 능사는 아니지만, 국가경제 수준의 업그레이드를 위해선 ‘크고 강한 기업’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미국 포브스지가 최근 발표한 ‘세계 500대 기업(미국기업 제외)’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모두 21개 기업이 포함됐다. 하지만 ‘대기업중 대기업’으로 꼽히는 ‘톱 100’이내 포함된 기업은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2개 뿐이며, 그나마 순위는 삼성물산이 40위→61위, 삼성전자도 70위→92위로 전년도에 비해 크게 뒷걸음질쳤다.
▼일본과 격차
500대 기업중 일본기업은 무려 125개. 100위이내에 포함된 기업만도 25개나 된다. 도요타(4위), 미쓰비시(5위), 미쓰이상사(6위), NTT(8위), 이토추(9위) 등 비(非) 미국계 ‘톱 10’ 기업 가운데 5개가 일본계 대기업들이다. 50~100위권에 겨우 2개가 들어가 있고, 100~200위도 5개(LG전자 현대종합상사 LG상사 현대자동차 SK글로벌)에 불과한 한국기업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미국기업까지 포함해 전세계 기업랭킹을 매긴 포춘지 조사에서도 아시아 기업으론 유일하게 일본의 도요타가 10위권안에 포함됐다.
기업규모가 전부는 아니지만, 세계굴지의 기업이 많을수록 국가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본 경제가 장기침체국면에 빠지면서 마치 우리나라가 곧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있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세계적 기업들의 숫자만 봐도 일본기업은 아직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다”고 말했다.
▼강소국(强小國)과 격차
유럽의 ‘작지만 강한 나라’들은 한결같이 세계굴지의 기업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세계 500대 기업중 네덜란드 기업는 우리나라보다 2개 많은 23개. 그러나 3위의 로열더치쉘을 비롯, ING그룹(11위) 아홀드(23위) 유니레버(36위) 포티스(46위) ABN암로(47위) 등 50위 이내에 속한 기업이 6개나 되며, 이들을 포함해 100위권 이내기업은 총 9개에 달한다.
200위권 밖이 대부분인 우리나라 대기업과는 질적으로 다른 셈이다.
스위스의 경우 500대기업은 15개로 우리나라보다 적다. 그러나 크레딧스위스그룹(16위) 네슬레(30위) UBS(31위) 취리히금융서비스(52위) ABB그룹(100위) 등 100위이내 ‘초대형 기업’은 5개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다. 중국은 500대기업이 3개뿐이지만, 이중 2개가 100위안에 포진했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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