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업(金弘業)씨 수사과정에서 청와대가 법무부장관에게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과 관련, 9일 청와대와 법무부가 급히 진화에 나섰지만 파문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특히 청와대 압력설에 대해 한나라당이 “도저히 용서 못할 국정농단”이라며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등 공세를 퍼부으며 파문은 정치권으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이다.
■ 커지는 의혹
청와대 압력설의 진원지는 민정수석실이다. 공교롭게도 민정수석실은 홍업씨 사건 수사과정에서 자주 구설수에 올랐다.
민정수석실은 홍업씨의 대학 동기인 유진걸(柳進杰)씨가 5월9일 검찰에서 조사를 받다가 지병이 악화해 입원하자 행정관을 보내 강압수사 여부를 알아본 사실이 밝혀져 문제가 됐던 것.
당시는 검찰이 진척이 없던 홍업씨 수사의 활로를 뚫기 위해 전력을 다하던 시기였고, 민정수석실의 이런 행위는 검찰측에는 ‘압력’으로 작용할 여지가 많았다.
‘월드컵 기간 중 소환 불가’등 홍업씨의 사법처리 시점에 대해서도 청와대의 주문이 있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또 김홍걸(金弘傑)씨 사건 수사 과정에선 청와대가 최규선씨에 대해 밀항을 권유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흐지부지된 상태.
특히 법무부ㆍ검찰 관계자들 사이에서 청와대가 송정호(宋正鎬) 법무부장관에게 수사지휘권 발동을 요청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송 장관에게 “대통령의 두 아들을 모두 사법처리 하는 것은 가혹하다”면서 “수사지휘권은 뒀다 어디다 쓰느냐” 는 투로 압력성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지휘권 발동은 ‘법무부 장관은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선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검찰청법 규정(8조)에 따라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에게 수사 중단 등 수사 지휘를 할 수 있는 제도로 지금까지 행사된 적은 없다.
검찰내에서도 “지휘권 발동 요청설이 사실이라면 도를 넘어선 압력”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 법무부 표정
청와대는 홍업씨 수사 압력설이 제기되자 불쾌감을 토로하며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박선숙(朴仙淑) 청와대 대변인은 9일 “송 장관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즉각 부인했다.
“어떤 형식으로든 외압은 없었다”는 것이 청와대의 입장. 송 장관에게 전화를 건 당사자로 알려진 청와대 관계자도 “청와대와 검찰간에 보고라인이 없는데 수사에 개입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면서 “만약 압력을 넣었다면 대통령의 두 아들이 모두 구속됐겠느냐”고 일축했다.
법무부도 송 장관의 경질설에 대한 반발이 청와대 수사 압력설로 비화하자 당황한 기색이다. 송 장관은 법무부 간부들에게 “대체 어디서 이런 얘기가 나온 것이냐”고 난감해 했다고 한다.
그는 오전 회의에서도 “정책 수행과정에서는 내부적으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될 수 있으나 내용은 언급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결과적으로 수사는 철저히 이뤄졌고 두 아들은 구속됐지 않느냐”고 파문이 커지는 것을 우려했다.
검찰도 선처압력설과 장관경질설 등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이면서도 파문이 커지는 것은 원치 않는 분위기이다.
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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