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이 짧은만큼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9일 취임한 김봉건(金奉建ㆍ46) 국립문화재연구소 소장은 “역대 최연소로 중책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이 앞선다”고 말했다.김 소장은 역대 소장들의 취임 당시 나이에 비해 10년 가량이나 젊다.
연륜을 중시하는 문화재 동네에서는 대단히 파격적인 인사다. 일각에서는 연구소 실장들이 그와 동년배여서 조직 통솔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그는 “연구소는 상명하복하는 행정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각자의 전문성을 인정해주며 조화를 이뤄나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다소 보수적인 연구소 분위기를 새롭게 쇄신할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연구소에는 풀어야 할 숙제들이 산적해 있다. 연구직이 100여명에 불과한데다 그나마 절반이 일용직일 정도로 인력난이 심각하고, 지방연구소도 턱없이 부족하다. 내년 연구소의 대전 이전에 대비해 서울ㆍ경기ㆍ강원 지역을 담당할 분소 설립도 시급하다.
김 소장은 “연구소가 출범한 지 30여년이 됐지만 위상은 여전히 초라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우선 연구소의 전문성을 강화해 문화재 정책 전반을 뒷받침하는 명실상부한 ‘씽크 탱크’로 자리매김해나가면서 산적한 현안들을 차근차근 풀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기업의 팀제를 도입해 부서간, 전문 분야간 벽을 허물고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말단 학예연구사도 팀장을 맡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중국 일본 등 외국 연구기관과의 교류를 활성화하고 연구원의 해외연수 기회도 늘릴 작정이다.
김 소장은 서울대 건축공학과 졸업 후 78년 상공부 건축사무관으로 일하다 83년 문화재연구소로 옮겼다.
전공을 살려 절집 사원 등 고건축 조사ㆍ복원을 주로 맡았는데 지난해 10년 계획으로 시작한 익산 미륵사지 석탑 해체복원 사업에 가장 애착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멋모르고 시작한 이 일을 천직으로 여기게 된 것은 87년 영국 유학 당시 영국인들이 문화유산에 대단한 자긍심을 갖고 있는데 깊은 감명을 받았던 것이 계기가 됐다”면서 “우리 국민도 고유의 문화유산을 더 아끼고 사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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