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1 테러 이후 아랍권에서 반미 감정이 고조되면서 미국과 아랍국들 간의 민간 교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정치가 문명 간 교류마저 끊고 있는 것이다.워싱턴 포스트는 8일 이집트 카이로발 기사에서 아랍권의 미국 유학과 관광, 대미무역 등이 크게 줄고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아랍 국민들 사이에 고조되고 있는 반미 감정이 자칫하면 미국과 아랍권과의 외교관계마저도 타격을 줄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아랍권에서 가장 크게 퇴조하고 있는 부분은 미국 유학 붐이다. 아랍 국가에서는 한때 오일 달러에 편승한 미국 유학, 특히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하기 위한 유학이 성행했다.
실제로 9ㆍ11 이전에 실시된 미국대학 MBA 과정 설명회에는 639명이나 참가했었으나 지난 가을에는 이 행사가 취소됐고 올해에도 행사가 이루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집트에서는 지난해 2,200여 명이 미국 유학을 갔으나 올해는 유학비자 신청자가 절반으로 줄었다.
코넬, 듀크, 카네기멜론, 조지타운 등 미국 유수 대학의 아랍권 MBA 과정 모집 책임자인 소하이르 사드는 “미국이 아랍을 두려워하는 이상으로 아랍 학생들도 미국을 꺼리고 있다”며 “이같은 현상은 매우 불행한 사태”라고 말했다.
아랍권의 미국 관광 열기도 날이 갈수록 시들해지고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는 테러 이전만 해도 매주 한 편의 제다발 올랜도행 직항편이 디즈니월드 등을 구경하려는 관광객을 실어날랐으나 요즘은 수요가 줄어 폐쇄됐다.
미국 상품의 대 중동 수출도 감소 추세다. 미국 기준으로 보면 그간 대 중동 교역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았지만 간이 음식, 소비재, 자동차, 컴퓨터 등의 수출이 꾸준히 증가해 왔으나 올들어서는 경기침체와 미제불매 운동의 영향으로 지난해에 비해 25% 정도 줄었다.
3월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 지역을 침공하는 등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세가 강화된 후 불붙기 시작한 미국 상품 불매운동은 종교의식과 웹사이트 등을 통해 급격히 확산되기 시작했다. 불매운동 때문에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 사업분야는 40% 이상이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
심지어 합성세제인 아리엘(Ariel)은 원래 유럽회사 제품인데도 이스라엘 아리엘 샤론 총리와 이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30%나 판매가 감소했다. 바레인에서는 대형 수퍼마켓 체인점 문탄자가 매장에서 미제를 모두 철수시켰다.
이처럼 불매운동이 확산되자 사우디 아라비아의 경우 내무장관이 나서 “불매운동은 미국에 별로 타격을 주지 못할 뿐 아니라 우리 경제에도 좋지 않다”며 자제를 촉구했으나 별 성과가 없다.
워싱턴 포스트는 아랍국가에서 일고 있는 반미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 국무부와 현지의 우호적 단체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으나 당분간은 호전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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