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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즐길거리 가득 동해 가는길 '쉬엄쉬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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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즐길거리 가득 동해 가는길 '쉬엄쉬엄'

입력
2002.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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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으로의 이동이 시작됐다. 절반 가까운 국민이 백두대간을 넘어 동해로 간다.지난 연말 확장된 영동고속도로가 가장 유용한 통로가 될 터이다.

그 다음은 국도 44호선이다. 경기 양평에서 강원 양양까지. 강원 중ㆍ북부의 산과 하천을 가르며 달리는 길이다.

지난 해만 해도 바캉스 시즌에는 서있는 것 반, 달리는 것 반이었다. 짜증난다. 한 가지 제안한다면, 쉬엄쉬엄 가는 것이다.

즐거움을 얻으러 가는 길에 인상을 찌푸릴 필요가 있을까.

국도 44호선 주변에는 볼 것, 즐길 거리가 가득 차 있다.

길이 막히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일부러 들러야 할 곳이 많다. 국도 44호를 따라 가면서 명소를 찾아본다.≫

▼홍천권

수도권에서 출발한다면 양평을 거쳐야 한다. 팔당호를 끼고 달리는 국도 6호선을 탄다. 국도 6호선은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거의 고속도로가 되어있다.

양평읍을 우회해 용두리에 이르면 6호선은 오른쪽으로 휘어져 횡성으로 길을 잡고 직진방향으로 44호선이 시작된다.

며느리고개를 넘으면 본격적인 강원도 땅 홍천이다.

홍천에 들어서 처음 만나는 관광 이정표는 홍천온천(033-435-0155). 북방면 소매곡리에 위치하고 있는데 국도 44호선에서 그리 멀지 않다.

1998년에 본격적으로 손님을 맞은 국내 유일의 강변 온천이다. 알칼리성 중탄산나트륨천으로 피부 상처 회복과 위산과다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즈넉한 계곡을 끼고 있는 고찰 수타사(033-436-6611)를 빼놓을 수 없다. 홍천읍에서 444번 지방도로를 따라 약 20분 들어가야 한다.

신라 성덕왕 7년(708년)에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대적광전, 봉황문, 칠성각 등이 볼거리. 절의 동남쪽으로 뻗은 약 12㎞ 구간의 수타사 계곡은 특히 여름철에 휴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인제권

홍천에서 인제로 접어드는 곳에는 고개가 있다. 일명 거니고개. 고개를 넘자 마자 색다른 풍광과 만난다.

조각공원쉼터이다. 일반 조각이 아니다. 모두 장승이다. 아마 한반도에서 가장 많은 장승이 모여 있을 것이다.

온갖 표정을 하고 있는 장승들이 혹은 친근하게, 더러는 징그럽게 다가온다.

왕복 2차선 길을 계속 달리다 보면 38선휴게소와 만난다. 동해안 양양군의 38선휴게소와 같은 위도에 있는 휴게소이다.

휴게소 뒤로 소양호의 상류가 펼쳐진다. 때는 여름, 게다가 저녁 무렵이라면 딱 좋다. 물 빠진 소양호의 가느다란 물줄기 위로 금빛 석양이 쏟아진다. 아름답다.

인제읍을 앞두고 오른쪽으로 큰 길이 나 있다. 국도 31호선이다. 슬쩍 들어가 본다. 그런데 끝까지 달려보고 싶다.

내린천 강변도로이기 때문이다. 내린천이라는 강 이름은 뭔가 사연을 품은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너무 단순하다.

홍천군 ‘내’면에서 인제군 기‘린’면으로 흐르기 때문에 이름이 그렇게 붙었다. 이름은 지극히 물리적이지만 강의 모습과 성품은 그렇지 않다.

맑다. 그리고 물줄기의 힘이 장하다. 래프팅을 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푸른 물을 배경으로 오색 고무 보트를 타는 사람들. 그제서야 떠나왔다는 느낌이 든다.

내린천 주변을 지나면 설악산권이다. 남설악과 북설악으로 나뉘는 관광민예단지 삼거리에 선다. 망설여진다.

44호선은 우회전, 그러나 좌회전(46호선)을 하면 지척에 백담계곡이 있다. 약 2시간 정도 투자할 수 있다면 좌회전도 좋을 듯.

용대리 방향으로 12㎞ 정도 달리면 백담계곡 입구이다. 백담사까지 걸어서 완주하려면 왕복 4시간. 그런데 중간 지점까지 셔틀버스가 다닌다.

여기서부터는 왕복 2시간. 시간이 촉박하다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걸어서 내려오면 된다. 1시간 정도로 백담계곡을 감상할 수 있다. 사실 계곡의 아름다운 풍광은 이 구간에 밀집해 있다.

다시 한계령을 오르는 44호선으로 접어든다. 오죽하면 이 고개를 제목으로 노래까지 나왔겠는가. 옥녀탕, 하늘벽, 장수대 등 절경이 눈 앞으로 쏟아진다.

한계령 정상에 선다. 동쪽으로 시선이 간다. 안개가 자욱하다면 운이 좋지 않은 것. 그렇지 않다면 설악산의 뾰족한 돌봉우리들이 눈 아래로 펼쳐진다.

이제부터는 백두대간의 동쪽이다. 인제군청 문화관광과 (033)460-2225

▼양양권

한계령을 넘어 동해로 내려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나치는 곳이 있다. 용소주차장. 트레킹 명소 주전골(국립공원 설악관리사무소 오색분소 033-672-2883)의 시작이다.

용소에서 오색약수까지는 약 3㎞. 내리막이기 때문에 적당히 걷는 것을 원한다면 제격이다. 길은 명경지수와 기암의 연속이다.

약 40분을 내려가면 오색약수터이다. 길이 막힌다면 ‘오히려’ 금상첨화. 운전자만 남기고 나머지는 트레킹이다.

차가 먼저 내려갔다면 오색주차장에 세워 놓고 기다리면 된다.

오색약수는 개울가 암반 세 곳에서 솟는 물. 철분을 함유한 탄산수이다. 위장병, 빈혈, 신경통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색을 떠나 내리막길을 계속 달리면 오른쪽으로 맑은 강과 만난다. 양양 남대천이다. 남대천은 예사로운 강물이 아니다.

은어와 연어가 회귀하는 위대한 모천(母川)이다. 양양읍에서 남대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남대천교 옛다리)에 선다.

은어를 잡는 태공들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 땅에서는 드물게 은어가 회귀하는 맑은 물을 끼고 사는 사람들. 자연의 소중함을 깊이 느껴본다.

■주변 맛집 3곳

여행의 즐거움 중 50% 이상은 먹는 것. 국도 44호선 주변에는 입맛을 당기는 맛집이 즐비하다. 종류별로 맛있는 먹거리를 내놓는 집을 찾아간다.

▲양지말화로구이(033-435-7533)

홍천을 약 5㎞ 앞두면 돼지고기 굽는 냄새가 은은하게 풍겨온다.

홍천읍 하오안2리로 돼지고기 화로구이집이 밀집해 있는 먹거리촌이다. 그 중에서도 양지말화로구이를 원조집으로 친다.

고추장 양념을 한 삼겹살을 숫불에 구워내는 어찌 보면 단순한(?) 돼지고기집이다.

그러나 맛은 단순하지 않다. 달착지근하면서도 깊은 맛이 난다. 100% 홍천양돈조합에서 내놓는 삼겹살만을 사용하는데다 주인이 직접 모든 양념을 책임진다.

밥에 따라 나오는 된장국이나 직접 반죽해 뽑는 막국수도 수준급이다.

▲서호순메밀국수(033-461-2078)

막국수집이다. 그런데 막국수보다는 메밀국수라는 이름이 더 예쁘다고 해서 상호를 그렇게 붙였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메밀가루만을 반죽해 면을 뽑는 것이 특징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육수가 사골이나 닭고기를 삶아낸 물이 아니라는 점.

시원한 동치미 국물에 면을 말아 먹는다. 구수하고 담백하다. 국도 44호선 옛길에 있어 초행자는 찾기가 쉽지 않다.

인제에서 원통으로 들어가기 직전 서호교라는 이름의 다리를 만난다. 다리를 건너지 말고 양구방향으로 좌회전 국도 31호선을 타고 약 300㎙를 가면 오른쪽으로 간판이 보인다.

▲천선식당(033-672-5566)

‘뚜거리’라는 이름과 생김이 모두 재미있는 민물고기를 요리해 내놓는 식당이다. 음식의 형식은 탕이다.

뚜거리탕은 양양지역, 특히 남대천 주변의 개성있는 먹거리이다. 과거에는 강변을 끼고 뚜거리탕집이 성시를 이뤘는데 요즘에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뚜거리는 새끼손가락만한 민물 어종으로 생김새는 망둥어를 닮았다. 갈거나 혹은 통째로 끓여서 낸다.

점액질이 있어 끓여 놓으면 걸죽하다. 추어탕과 비교해도 좋을 듯. 양양 남대쳔교 옛다리를 건너면 있다.

글ㆍ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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