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동(63·사진) 서강대 교수가 네번째 평론집 ‘현실과 문학적 상상력’(문예출판사 발행)을 펴냈다.이교수는 영문학자이지만 “한국인으로서 모국어의 토착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애정 때문에” 우리 문학 읽기에 힘써 온 평론가다.
새 평론집에는 ‘한국 현대문학에 관한 비평적 에세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난해한 방법론에 기대기보다는 지적인 사유와 통찰에 비평의 바탕을 두었다는 의미다.
평론집은 주제 비평과 시인론, 소설작품론 등으로 구성됐다.
한국인의 정신을 관통해온 자연에 대한 친화 의식을 김동리의 소설 ‘무녀도’와 최인훈의 ‘광장’ ‘회색인’에서 찾고, 박경리와 박완서, 오정희의 작품에서 표면적으로는 억압받지만 생명을 잉태하는 힘을 갖고 있는 여성성을 발견한다.
자연에 대한 탐구는 유치환과 김춘수, 유경환, 정현종의 시 세계를 분석하는 데도 적용된다.
가령 김춘수의 경우 구름과 패랭이꽃, 돌멩이 같은 자연의 이미지를 시에 차용하면서 존재의 근원적인 문제를 탐색한다는 점에서 “김춘수의 시가 무의미시로 불리긴 하지만 결코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교수는 시대적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짓는 방식을 통해 소설의 풍경을 고찰한다.
오영수의 작품은 한국전쟁으로 황폐해진 농어촌과 산업화 과정에서 빚어진 도ㆍ농의 갈등이 형상화한 것으로 풀어진다.
최인훈의 ‘화두’는 개인적인 자전적 소설이 아니라 작가가 살아온 한국 현대사의 부조리를 고발한 것이다.
최인호의 ‘술꾼’ ‘다시 만날 때까지’ ‘타인의 방’등은 해외로 입양가는 고아들의 슬픔, 한국전쟁 때의 처절한 경험 등을 통해 삶의 비극을 미학적으로 형상화한 수작으로 파악된다.
평론집의 마지막 장은 메타 비평의 장이다. 문학의 보편성을 추구하는 김우창의 비평, 과거의 역사를 통해 현실을 비판한 발터 벤야민의 비평 세계를 논했다.
해방공간에서 2000년대까지 우리 비평문학을 통시적으로 훑으면서 이교수는 “외국의 문학이론을 직접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창조적으로 수용해서 우리 나름의 비평적 이론을 정립해야 한다”고 젊은 평론가들에게 당부한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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