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이와 반돌이는 과연 제대로 살 수 있을까. 자연복원을 위한 지리산 방사 10개월째를 맞고 있는 반달가슴곰 4마리 가운데 자연적응 실패와 실종으로 암컷은 모두 중도 탈락하고 수컷 두 마리만 남게 됐다. 이에 따라 장군이와 반돌이는 짝짓기와 종 번식이 힘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생존 여부 조차 장담할 수 없게 됐다.■짝 잃은 장군이와 반돌이
자연복원을 위해 지리산에 방사된지 10개 월째를 맞고 있는 수컷 반달가슴곰 장군이(위)와 반돌이. 함께 방사된 암컷들이 실종,탈락함에 따라 짝짓기는 물론 지속적인 생존 여부도 불투명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반달가슴곰 관리팀 제공
지난해 9월 환경부와 국립환경연구원이 지리산에 자연방사할 당시 반달가슴곰은 ‘장군’, ‘반돌’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수컷 2마리와 ‘막내’, ‘반순’ 등 암수 2쌍이었다. 그러나 막내가 자연적응에 실패하고 사육 농가로 되돌아간 데 이어 한마리 남은 암컷 반순이 마저 발신기만 덩그라니 남긴 채 사라졌다. 방사 초기부터 형제처럼 붙어다니던 수컷 2마리만 살아 남았다.
생후 17개월인 장군이 등은 3살이 되면 교미가 가능해지고 4살이면 성체(成體)가 돼 암컷을 찾게 된다. 하지만 이들이 ‘배필’을 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현재 지리산에 생존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야생 반달가슴곰은 5마리 정도. 5년 전에 조사된 자료다.
국립환경연구원 김원명(金源明ㆍ39) 박사는 “야생곰 중에 암컷이 없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암컷이 있다해도 토박이 수컷들이 버티고 있어 외래종 격인 장군이나 반돌이 짝이 될 보장도 없다.
그렇다고 환경부 등이 종 번식을 위한 암컷 추가 방사 프로그램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2011년까지 50마리 정도를 복원하는 계획은 있지만 아직 확정된 방사 일정은 없다”고 말했다. 또 유전자 검사 등 곰의 혈통 확인에만 최소 2년이 걸리는 등 사전 준비기간이 3년 이상이 소요돼 장군ㆍ반돌이는 종족 보전은 커녕 ‘노총각’ 신세를 면하기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반순이 비극’ 또 발생할 수도
짝짓기는 오히려 행복한 고민이다. 지난달 12일 실종된 반순이처럼 더 심각한 것은 생존의 문제. 반순이가 밀렵됐는지 아니면 다른 야생동물에게 죽임을 당했는지 등 구체적 실종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발신기를 몸통에서 분리하는 과정에 생긴 듯한 낫으로 보이는 흉기자국이 고리 부위에 선명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반달가슴곰 관리팀 박소영(朴沼榮ㆍ30ㆍ여) 연구원은 “곰에게 가장 위협적인 것은 바로 인간”이라며 “밀렵 뿐 아니라 먹이를 주는 것도 곰을 죽이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사람과 친숙해진 곰이 민가 등으로 내려올 경우 여러가지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쓸개 1개가 1억원 대에 밀거래되는 사회 풍토에서 반달곰은 언제 어디서나 밀렵꾼의 총부리에 목숨이 노출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외국도 실패많은 자연복원
곰 자연복원 사업의 어려움은 외국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국민 환경보호 의식이 철저한 미국의 경우 1982~95년 14년간 인공 사육한 흑곰 23마리를 자연방사한 결과, 발신기를 장착한 7개체 중 6개체가 죽은 것으로 밝혀지는 등 대부분 폐사했다.
산림면적 등 방사조건이 뛰어난 러시아 역시 30마리 중 6마리가 자연적응에 실패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반순이와 막내 외에, 지난해 2월 전남 보성군 이유(離乳)식장에서 어린 곰 2마리가 어미젖을 떼는 과정에서 죽는 등 6마리 중 4마리가 2년이 채 안돼 자연 복귀 과정에서 탈락했다.
김 박사는 “국민적 보호의지와 정부 차원의 꾸준한 관심 없이는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은 대부분 실패하게 된다”며 “장군이 등에게 앞으로 어떤 상황이 닥칠 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군이와 반돌이의 험난한 앞길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강 훈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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