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끝난 지 꼭 열흘이 지났습니다.아직 남아있는 4강 열기에 힘입어 나라 전체가 힘있게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팽팽 소리가 날 정도로 돌아가는 것이 있다면 바로 여행업계입니다.
여행사 사람들은 월드컵 기간 중에 뚝 끊어졌던 일본인 관광객이 예년보다 훨씬 많이 밀려오고 있고, 월드컵 홍보 효과에 힘입어 과거 우리나라를 잘 찾지 않았던 지역의 사람들까지 여행 상담을 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나가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마침 휴가철과 맞물리기도 했지만 각 여행사 창구마다 예약손님이 밀리고 있습니다.
직원들은 비행기 좌석을 확보하느라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생각도 하기 싫다”, “우리도 히딩크 감독만큼 배고프다”라며 대회 기간 내내 울상을 지었던 업계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싱글벙글입니다.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면 웬지 마음 한 구석이 서글퍼집니다.
사실 우리의 여행업계 같이 취약한 분야도 없습니다. 특히 외부의 충격에 너무 약합니다. 거의 모든 환경의 영향을 받습니다.
경기, 금리 등 경제적인 요인부터 테러나 전쟁 등 정치적인 이유, 심지어 악천후 등 날씨까지 영향을 줍니다.
모든 것을 고려해 상품을 만들고 영업을 해야 하는 우리 여행업계 사람들은 어찌 보면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서글픈 이유는 사시사철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관광 강국은 그러한 충격에 심하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끄떡없이 버티며 영원한 관광 강국으로 남아있습니다.
문제가 무엇일까요. 눈 앞의 과실을 따기에만 급급했던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과수원을 전체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요.
업계 사람들 대부분은 ‘맞다’고 대답합니다. 국토와 사회 저변에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는 장기적인 노력이 부족했다고 말이죠.
월드컵 홍보 효과는 영원하지 못합니다. 곧 관광대국이 될 것처럼 수선을 피울 것이 아니라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장기적이고도 꾸준한 노력을 계속 해야 합니다.
지도책 한 권과 차 한 대만 있으면 전국 어디에도 갈 수 있는 나라, 마음 놓고 기분 좋게 물건을 살 수 있는 나라, 안락하고 재미있고 맛있는 나라, 그리고 물론 친절한 나라….
기왕에 관광 한국이 될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이런 나라가 되야 하지 않을까요. ‘관광 4강’도 이루어질 수 있는 꿈입니다.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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