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측과 정치개혁특위 사이의 마찰음이 커지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노 후보와 특위 위원장인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 간 힘겨루기와 신경전이 갈수록 가열되는 양상이다. 이를 통해 박 최고위원은 자연스럽게 비주류의 핵으로 부상했다는 분석도 있다.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8일 여의도 당사에서 한국과학기술 단체 총연합회 회장단의 방문을 받고 환담하고 있다. /손용석 기자
양측의 갈등 요소 중 대표적인 것은 개헌 문제. 노 후보는 8일 오전 한 방송에 출연, “실현 가능성이 없고 이원집정제식 분권형 대통령제는 현 헌법에 상당히 깊이 마련돼 있다”며 개헌론을 강하게 반대했다.
그는 “왜 이런 주장이 제기된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당 외연 확대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는 것 같고, 자기의 정치적 입지를 고려하거나 (당)바깥에 살림을 꾸려보자는 의도에서 주장하는 분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특위의 개헌 공론화에 대해 “일개 기구의 일”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노 후보의 이 발언은 다분히 박 위원을 겨냥한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박 위원이 당내의 대표적인 개헌 및 외연 확대론자인 데다 노 후보 진영에서 그 동안 박 위원의 개혁성 등을 끊임없이 문제 삼아 왔기 때문이다.
노 후보측은 “부패방지 제도책이 시급한데 특위가 현실성도 없는 개헌문제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건 박 위원장 책임”이라며 불만스러워 하고 있다. 박 위원은 4일 노 후보의 탈(脫) DJ 기자회견 직전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회견에 대해 가장 분명하게 반대 의견을 개진, 노 후보측의 불만을 샀다.
하지만 박 위원은 최고위원 경선 3위의 세(勢)를 바탕으로 개헌론을 계속 밀고 나갈 태세다. 그는 이날 노 후보의 방송 인터뷰 내용을 전해 듣고 “후보 견해에 최고위원이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도 “국민여론에 호소하기 위해 개헌 공론화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특위 개헌소위는 이날 오후 첫 회의에서 개헌 공청회를 열기로 하는 등 강력한 추진책을 마련, 노 후보의 오전 발언을 무색케 했다.
박 위원은 “현행 헌법이 분권형이라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대통령의 선의에 기대는 것일 뿐”이라며 “특위는 부패방지소위에서 부패방지 제도도 함께 논의하고 있다”고 노 후보측의 이의 제기를 일축했다.
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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