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8일 가까스로 16대국회 후반기 원구성을 매듭지음에 따라 식물국회 신세를 일단 면했지만 민생 및 경제현안과 관련된 주요 법안의 처리 여부는 여전히 안개속이다. 조만간 임시국회가 열린다고 해도 ‘8ㆍ8 보선’과 연말 대선을 겨냥한 여야의 정치공방으로 인해 이들 법안은 또다시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특히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중에는 하반기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을 막기위한 분양권 전매 제한조치나, 고리사채 처벌 근거를 규정한 내용이 많아 처럼 더 이상 미룰 경우 입법 취지는 물론 정책 타이밍 마저 놓칠 가능성이 큰다.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규정 등을 담은 ‘주택건설촉진법’의 경우 당초 상반기에 입법을 마치고 7월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국회 공전으로 처리가 지연돼 자칫하면 법 시행이 가을 이사철을 넘길 우려마저 제기된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입법이 늦어져 신규 분양 아파트에 대한 투기수요가 전체 아파트가격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입법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9월 전에 처리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2월 제출된 대부업법(대부업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나 고용보험법 개정안도 마찬가지. 당초 사채 이자의 상한선을 정해 고리채를 제한하자는 취지로 법안이 마련됐으나, 법사위에서 최고 연 90%로 정한 상한선이 너무 높다는 논란만 벌이고 국회가 공전되는 바람에 고리채가 오히려 횡행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고리채 시정명령을 과도적인 조치로 내놓기는 했으나 금리 위반 자체에 대한 처벌 등을 위해서는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사회안전망 확충 차원에서 30만명의 일용직 근로자에 대한 실업급여 지급 등을 위해 지난해 11월 제출된 고용보험법 개정안 역시 환경노동위 심의단계에서부터 마냥 표류해 내년 1월부터 시행키로 했던 당초 계획은 이미 틀어졌다. 노동부 관계자는 “일용직의 경우 피보험자 관리 등 세부 시행 준비가 복잡하므로 내년 7월로 시행시점을 늦추더라도 정기국회까지는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 구조조정작업과 연관된 예보채 차환 동의안 및 집단소송제 등은 국정조사나 대선 일정과 관련해 표류가 장기화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선 국정조사 요구와 맞물린 예보채 차환 동의안은 그렇다 치더라도, 국내 증시 체질개선의 중요한 계기가될 집단소송제는 꾸준히 논의가 진전돼야한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융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집단소송제의 경우 기업회계의 투명성이나 주가 조작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좋은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재계의 반발 등에 밀려 국회가 사실상 외면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대선 등을 감안할 때 올해내에 처리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장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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