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에 방영된 MBC-TV의 ‘PD 수첩’은 6ㆍ13 지방선거에서 8%가 넘는 정당득표율을 얻은 민주노동당의 활약상을 다뤘다.울산에서 한 민주노동당원이 지방신문의 왜곡보도에 항의하면서 울부짖는 모습은 오늘날 한국 언론과 진보 정당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가슴이 쓰렸다.
그런 쓰라림과 함께 그 날의 ‘PD수첩’은 내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나는 언론학도로서 내심 “그렇다. 바로 이게 진정한 저널리즘이다!”라고 외치지 않을 수 없었다. 왜 그런지 한번 생각해보자.
한국 언론은 정치 개혁을 원하는가?
그게 무슨 말이냐고 되물을 사람들이 많을 거다. 모든 신문과 방송에 정치를 비판하는 기사가 얼마나 많은데 그걸 보면 모르겠느냐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언론은 정치 개혁을 원하는 게 아니라 단지 ‘정치 비판’을 판매할 상품으로 이용하는 데에 관심이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왜 언론이 평소 진보 정당에 대한 보도를 거의 하지 않는지 설명할 수 없게 된다.
국회에 의석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뉴스 가치가 떨어져서 그런 게 아니겠느냐는 반문이 나올 법 하다.
그러나 이 반문은 ‘정치 개혁’과는 무관한 것이다. 기존 정치판이 썩었다고 욕해대면서 그 정치판을 근거로 한 ‘힘의 논리’에 따라 뉴스 가치를 결정하겠다면, 정치 개혁은 영원히 기대하기 어려울 게 아닌가.
우리가 정녕 정치개혁을 원한다면, 진보 정당이 정치개혁에 미칠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력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언론이 발상의 전환을 해서 진보 정당 관련 보도를 크게 늘리면 다음과 같은 세가지 점에서 정치개혁은 물론 사회개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정치인이 되는 걸 출세로 생각하는 기존의 타락한 풍토 자체를 바꿀 수 있다.
진보 정당의 정치인들은 출세하기 위해 정치를 하는 게 아니다. 그들은 진정한 봉사를 위해 정치를 한다.
이러한 봉사 정신을 대대적으로 보도해 널리 확산시키자.
둘째, 정치판에서 실종된 ‘서민’의 진짜 얼굴을 만날 수 있다. 보수 정당들이 말하는 서민은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해보는 수사학적 유령일 경우가 많지만, 진보 정당이 제기하는 이슈들은 거의 대부분 진짜 서민들의 삶에 관한 것이다.
진보 정당에 대한 보도를 늘려 포장마차 술좌석에서만 떠돌고 있는 진짜 서민들의 애환을 접해보자.
셋째, 정치권이 외면하는 계층간 갈등을 보다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진보 정당에 대한 무시는 한국 사회의 계층간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드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진정한 국민 화합은 월드컵 축구 열기만으론 이루어질 수 없다.
단 한번도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한 선수들에 대해 일말의 안타까움이라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진보 정당을 아예 축구장 밖으로 밀어내는 언론에 대해 분노를 느껴야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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