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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正道와 恒心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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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正道와 恒心의 경제학

입력
2002.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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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을 통한 국민적 축제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일상으로 돌아온 우리의 정치는 답답하고 경제는 불확실성이 제법 크다.경제의 불확실성은 밖으로는 미국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이 유동적이고 안으로는 월드컵으로 유보되었던 산업 현장의 노사분규가 재발될 조짐으로 먼저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거시 경제정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여 대내외 균형을 이루는 적정 성장을 꾀하고 있다.

나아가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한데 따른 국민 역량의 결집과 자신감 회복이 경제발전에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언론은 이런 정부의 기대에 발 맞추어 노사분규나 정치일정 과정에서의 집단이기주의 등으로 ‘포스트 월드컵’을 망쳐서는 안 된다고 설교하고 있다.

정부의 낙관적인 기대와 언론의 희망 섞인 분위기 조성은 이해는 가지만 올바른 접근 방법이 아니다. 기대와 분위기 조성이 어긋났을 때 다시 일게 될 자기비하의 역풍이 너무 크다.

경제 게임에서는 국가간 대항의 스포츠에서와 같이 국민의 단합된 열기를 바랄 수 없다. 경제에는 이해관계의 대립이 불가피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해관계의 대립은 으레 시끄럽게 일어나는 것이려니 생각하고 정도(正道)와 항심(恒心)으로 대처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 방법이다.

노사분규를 보자. 우리 나라와 같이 서로 나눌 떡이 계속 상당히 커지고 노조의 정치참여가 막 시작되었으며 노사 쌍방이 본래 해야 할 역할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끌시끌한 노사분규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민주주의는 원래 시끄럽다. 이런 판에 노사분규가 국민화합의 분위기를 깬다고 설교해 보아도 부질없는 일이다.

국민의 정부가 4년 동안의 시행착오를 거쳐 지난 봄의 발전노조 파업 때 어렵게 세운 3가지 노사분규 대응 원칙을 지키면서 경영계는 투명경영, 노동계는 노동규율을 이루도록 해 나가는 것이 정도(正道)이다.

노사분규는 이런 바람직한 노사 상생의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는 항생(恒心)의 학습 과정으로 활용하면 되는 것이다.

경제 전망만 해도 그렇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불투명한 국제경제 환경에도 불구하고 올해 물가 안정, 온건한 경상수지 흑자와 더불어 6.5% 안팎의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경제계와 민간 연구기관은 미국 경제와 국내외 금융시장이 아주 유동적인 만큼 지속적인 기업활동 활성화에 정책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우리 경제는 잘 해야 올해 5%대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유보적인'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이런 정도의 차이는 실상 차이랄 것이 없다. 올해 물가 안정, 국제수지 균형, 경제 성장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다는 점에서 양쪽 다 낙관적이다.

이 낙관적인 전망을 즐기는 한편 폭 넓은 의미에서 유보적인 입장으로 우리 경제를 볼 필요가 있다.

그 하나는 성장의 토끼를 더 이상 쫓지 말고 성장 여력을 선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5∼6% 성장은 적정 성장이다.

세 마리 토끼 못지않게 구조조정, 분배·복지, 균형발전, 환경 등이 중요하다. 성장 여력을 이런 분야에 의도적으로 돌려야 경제의 질이 높아지고 세 마리의 토끼를 올해 뿐 아니라 내년, 내후년에도 잡을 수 있다.

의도적으로 돌리지 않을 경우 올 우리 경제는 7%대 내외로 성장하여 우선은 좋겠지만 구조조정과 물가안정 등이 흐트러질 것이다.

그 둘은 외환시장, 주식시장, 국제금융시장 등의 변동폭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 불확실성의 시대를 우리 나라와 같은 개방 소국이 잘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경제의 기초여건을 탄탄하게 해야 한다.

기초 여건을 탄탄하게 하는 유력한 방책은 주식가격의 널뛰기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금리ㆍ환율ㆍ통화를 조화롭게, 재정을 건실하게 운용하는 것이다.

이런 유보적인 관점과 긴 시각으로 경제정책을 디자인하는 것이 ‘정도(正道)와 항심(恒心)의 경제’이다.

/안국신 중앙대 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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