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7일 취임이후 현안에 대해 침묵과 칩거로 일관해 ‘수도승’으로 불려온 이명재(李明載) 검찰총장이 전직 검찰총장의 소환조사를 계기로 마침내 입을 열었다.이 총장은 8일 오전 대검 중회의실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 마지막 순서에서 이례적으로 검찰의 화합과 단결을 강조하는 당부의 말을 했다.
이 총장은 “검찰은 항상 위기와 시련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도약과 성장을 거듭해 온 자랑스러운 전통을 가지고 있다”고 운을 뗀 뒤 “이러한 전통을 바탕으로 화합과 단결로 검찰의 위상을 재정립하는데 모든 노력을 다하자”고 말했다.
이 총장의 이날 발언은 대통령 아들 수사이후로 검찰에 불어 닥친 ‘내우외환’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홍업ㆍ홍걸씨 수사팀은 수사기간 내내 청와대와 여권의 압박에 시달려왔으며 최근에는 수사팀을 독려해온 송정호(宋正鎬) 법무장관이 조직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교체설에 시달리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6일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의 소환조사를 전후로 “이번 수사가 특정지역 출신을 배제하려는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음해성 소문이 끊이지 않는 등 내분양상마저 보이고 있는 형편이다.
대검 관계자는 “이 총장이 취임사에서 ‘기러기는 무리를 지어 날기 때문에 난폭한 조류가 함부로 덤비지 못한다’는 이른바 기러기론을 제기한 것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며 “같은 맥락에서 이날 총장의 언급은 조직의 총수로서 다짐과 당부일 것”이라고 말했다.
손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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