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왁스 신드롬이 계속될 것인가.4일 세번째 음반 ‘Wax 3’을 발표한 왁스(26)에게 가요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해 여가수로는 역대 가장 많은 80만장의 음반판매를 기록한 그가 전작을 능가하는 성적을 올릴 수 있을까 해서다.
그가 부른 ‘화장을 고치고’는 지난해의 ‘국민가요’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정도.
‘머니’와 ‘내게 남은 사랑을 다 줄께’도 동반 히트했다. 음반을 발표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하루 주문량이 1,000장에 가깝다고 한다.
애초에 목표로 했던 50만장을 훌쩍 넘겨버린 엄청난 성공은 왁스 자신은 물론 프로듀서 최준영, 임기훈 모두를 부담스럽게 만들었다.
이번에는 더 잘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대단했다. 왁스의 팀은 새로운 모험 대신 안전한 쪽을 택했다.
2집의 성공 요소들을 더욱 강조하기로 한 것. “2집보다 더 대중적으로 만들었다”고 할만큼 새 음반은 왁스가 가진 장점, 사람들이 좋아하는 왁스의 특징만으로 가득하다.
타이틀 곡 ‘부탁해요’는 ‘화장을 고치고’의 공식을 그대로 따랐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최준영이 노랫말을 쓰고 임기훈이 곡을 붙였다.
분위기도 비슷하다. 전곡이 떠난 사람을 그리는 안타까운 여심을 노래했다면 이번에는 헤어진 애인을 새로운 상대에게 부탁한다.
‘보기에는 소심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괜찮은 남자예요…술을 많이 마셔 속이 좋지 않아요 하도 예민해서 밤잠을 설치죠…드라마를 좋아하고 스포츠도 좋아해요…사랑한단 말도 너무 자주 표현하지 말아요 금방 싫증 낼 수 있으니…그렇게 잘 알면서 왜 헤어졌는지 그 사람을 사랑할 땐 이해할 수 없었던 일들이 헤어져 보니 이젠 알 것 같아요.’
화장을 고치는 것만큼이나 일상적인 소재들이 등장하지만 본질은 또 신파다. 그 신파를 표현하는 왁스의 재능은 여전하다.
잔잔한 기타로 시작해 몇 번만 들으면 금방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익숙한 멜로디를 굵기와 높낮이 관계없이 자유자재로 오간다. 새 노래가 약간 더 기교적일 뿐이다.
후속곡이 될 ‘아줌마’는 ‘머니’의 후편격. ‘머니’는 외국 번안곡이었지만 ‘아줌마’는 최준영 작사, 작곡이다.
왁스는 “매번 리메이크만 한다는 이미지를 벗고 싶어 이번에는 리메이크를 한 곡도 넣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익숙한 멜로디를 따와 사운드와 리듬을 최신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폭 넓은 연령층을 붙들었던 것처럼 이번에는 내용은 중년, 사운드는 젊은층 용이다.
단순하고 빠른 댄스 리듬에 “밥 먹고 학교 가라…돈 걱정하지 말고 공부만 잘해다오…아줌마는 너무 힘들어 아줌마는 너무 외로워 아줌마는 우릴 지켜줘 아줌마는 우릴 모두 사랑해’를 외쳐 댄다.
발라드와 댄스 가장 잘 겸한다는 왁스를 위한 선택이다. ‘부탁해요’ 못지 않은 발라드 ‘그 때 그 사람’이 세번째 타이틀 곡 감이다.
이번에는 좀더 많은 사람들을 직접 만날 생각이다. 7월 한달 동안 전국의 음반 매장을 돌며 팬 미팅을 겸한 사인회를 갖고 방송은 8월부터 시작한다.
사인회에서는 음반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MP3 불법 다운로드를 막자는 호소도 빠뜨리지 않을 생각이다.
‘국민가요’를 불렀지만 ‘국민가수’는 아니었던 그가 이제는 스스로를 이미지화하려는 걸까.
무대에서의 모습과 실제의 모습이 너무 다른 그는 지금도 화장 없이 머리를 한 갈래로 묶기만 해도 길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아니, 그런 건 아니예요. 가수보다는 노래와 음반이 앞에 나서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이제까지 제 이미지가 너무 뿌옇기만 했던 것 같아서요.”
오락 프로그램은 지금까지처럼 자제하고 콘서트를 더 많이 할 생각이다.
“어떤 노래를 하느냐보다는 어떻게 노래하느냐가 더 중요하겠지요. 누구나 좋아하는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그게 대중 가수의 가장 큰 행복이 아닐까요. 공연장에서는 어릴 적 가수의 목소리를 듣고 울렁거렸던 느낌을 관객에게 되돌려 줄 수 있어 더 좋아요.”
연보라빛이었던 2집의 음반 표지가 이번에는 진보라로 한층 짙어졌다. 그만큼 대중의 사랑도 진해질 수 있을지, 주사위는 던져졌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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