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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무색해진 자유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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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무색해진 자유투표

입력
2002.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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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뽑힌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은 8일 “대통령이 지명하지 않은 최초의 국회 의장을 낳은 역사적인 자리”라며 “국회가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할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이날 처음 실시됐다는 국회의장 자유투표제의 의미를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박 의장의 당선 소감은 아무리 좋게 듣더라도 공허한 메아리였다.

이날 국회의장 선출은 한나라당이 내정한 박 후보와 민주당이 내세운 김영배(金令培) 후보 간의 양자 대결이었고, 투표에 참석한 258명의 국회 의원 대부분이 ‘자유 의사’에 따라 투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의장이 136표, 김 후보가 112표를 얻었으니 양 당 의원 수가 130명, 111명씩 임을 감안하면 후보를 내지않은 자민련과 무소속 의원들만 자유투표를 한 셈이다.

자유투표를 형해화 시킨 책임은 두 당이 함께 나눠져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정파적 이익에 따라 손바닥을 뒤집는 행태는 이해하기 힘들다.

민주당은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자유투표를 요구, 이를 관철시켰으나 의장 출마 의사를 밝힌 조순형(趙舜衡) 의원을 강제로 주저앉혔다. 그리고 투표 직전까지 표 단속을 계속하는 모순된 행태를 보였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자유투표라며 의장 후보 철회를 요구하더니 자신들은 단일화해서 내세우는 법이 어디 있나”며 민주당을 공격했지만, 비공개로 열린 토론에서 이규택(李揆澤) 총무가 의원들을 상대로 “박관용입니다”며 공공연하게 ‘당론’을 밝혔고 노골적으로 표 단속을 했다.

자유투표는 국회의장의 당적 이탈 제도가 올해 처음 시행됨에 따라 ‘의장 무당적’ 정신을 살리기 위해 도입한 합의 사항이다.

합의하고 이를 자랑한지가 엊그제인데, 그 정신을 하루아침에 마음대로 버리는 이런 행태가 언제쯤이면 달라질까.

안준현 정치부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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