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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정년이후] 前 대한투자신탁 부사장 김정욱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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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정년이후] 前 대한투자신탁 부사장 김정욱씨

입력
2002.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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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투자신탁 부사장에서 티칭프로골퍼로 변신한 김정욱(金正旭ㆍ61)씨. 1977년부터 대한투자신탁에서 근무한 그는 그 동안 갈고 닦은 골프 실력으로 퇴임 1년 만인 98년에 티칭프로골퍼가 됐다. 김씨는 현재 서울 강남구 논현동 동림골프연습장에서 골프를 가르치며 국내 시니어골프대회에도 출전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티칭프로골퍼에 머물지 않고 미국에 진출해 골프 교육자자격증을 따 남은 생애동안 계속 후진 양성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나는 1967년 재무부에 들어가 근무하다가 77년 대한투자신탁에 창립멤버로 들어갔다. 골프는 입사 다음 해인 78년 회사 상사의 권유로 시작하게 되었고 연습에 열중한 덕분에 나는 골프를 시작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싱글 핸디캡 수준이 되었다.

골프 입문 당시에는 바쁜 회사 업무 때문에 연습장에 등록하고도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렇게 해서는 골프를 제대로 배울 수 없다고 판단해 집 옥상에 그물을 쳐놓고 틈만 나면 연습에 매달렸다.

재무부 재직 시절에도 나는 축구와 테니스를 잘해 운동에 남다른 소질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하지만 골프는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나는 관련 서적과 테이프를 구해서 부족한 시간을 메웠다.

회사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골프 관련 서적과 테이프, 세계 각국에서 치러지고 있는 각종 골프 경기를 거의 빼놓지 않고 보았다. 그리고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있으면 반드시 메모를 하고 노트에 다시 정리를 했다.

그리고 메모한 내용은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꺼내 보는 습관을 들였다. 그 때 해둔 메모들이 현재 나의 골프 바이블이 되었다. 또 가끔씩 서점에 들러 새로 나온 골프 서적을 사서 꼼꼼히 탐독하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10번 이상씩 읽었으며 반드시 실전에도 적용시켜 보았다.

그렇게 좋아하던 골프였지만 시간이 없어 실제 많이 치지는 못했다. 골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97년 6월 대한투자신탁 부사장을 끝으로 현직에서 완전히 은퇴하면서부터였다. 연습장에서 하루 종일 연습에만 매달렸고, 친구나 친지들과 함께 골프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거의 골프에 미쳐 지냈던 것 같다.

결국 나는 정식 티칭 프로골퍼가 되기로 결심하고 97년 10월, 티칭 프로 실기 시험에 도전, 당당히 합격했다. 그리고 그 다음 달인 11월에는 한국프로골프협회의 골프 코치 스쿨 과정을 수료하고 학과 테스트를 최고령으로 통과했다. 내친 김에 문화체육부에서 실시하는 골프 3급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도 땄고 12월에는 한국프로골프협회의 회원으로 등록했다.

현재 나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동림골프연습장에서 골프를 가르치고 있다. 초보자나 중급자 레슨은 물론 원 포인트 레슨도 한다. 내가 레슨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골프가 과학이라는 점, 즉 골프는 물리학과 기하학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다.

사람이 병에 걸리면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진단과 처방을 받아 치료를 받고 약을 복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골프 공이 제대로 맞지 않을 때에는 반드시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그 원인을 알아내야 한다. 원인은 대개 잘못된 기본기때문인 경우가 많다. 기본기에 충실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6회 정도 시니어 골프대회가 열린다. 대회 횟수가 선진국에 비해 아직 적은 편이지만 그나마 시니어 대회가 열리기 시작한 지도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시니어 대회는 ‘일반 시니어’와 ‘그랜드 시니어’로 나뉘는데, 나는 그랜드 시니어 부문에 출전하고 있다.

아직 우승은 못했지만 머지않아 꿈이 실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가 자신하는 부분은 드라이버 샷의 거리다. 현재 260㎙로, 다른 사람들보다 장타에 속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어떻게 해야 골프를 잘 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나의 대답은 “기본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기본기에 충실하려면 무엇보다 기본기를 몸에 익히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은 골프에도 적용된다.

나쁜 습관은 고치기 무척 어렵다. 그립을 잡는 습관을 고치는 데만도 8주 정도의 장시간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기본기를 충실히 다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백건우 씨도 아직까지 매일 8시간씩 맹연습을 한다고 한다. 나는 골프만큼 정직한 운동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연습하는 만큼 실력이 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골프를 치기 위해서는 평소 건강에도 관심을 가??한다. 건강은 남에게서 빌릴 수도,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물론 선천적으로 타고난 건강도 있겠지만 자기 스스로 후천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나는 시골에서 태어나 교통이 좋지 못한 곳에서 초등학교를 다녀야 했기 때문에 매일 4~5㎞를 걸어 다녔고, 그 후 기차통학할 때는 기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자갈길을 뛰어야 했다. 이렇게 어릴 적부터 ‘단련’한 덕분에 환갑을 코앞에 둔 나이에도 젊은이 못지않은 체력을 자랑할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독학으로 골프를 배워 말년을 즐겁게 지내고 있다.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나름대로 연구하며 열심히 연습한 결과이다. 과거에는 건강의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했지만 이제 그 소중함을 잘 안다.

골프는 노년층도 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는 운동이다. 깨질 듯 푸른 하늘 밑에서 맑고 투명한 공기를 마시며 잔디 위를 걷는 기쁨과 시원한 스윙이 뿜어내는 경쾌한 타구소리. 이런 것들이 골프의 가장 큰 매력이다. 청ㆍ장년 시절을 갑갑한 사무실에 갇혀 지냈던 사람들에게 노년엔 많이 걷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건강을 다져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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