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벤처 인큐베이터의 상징적 건물인 서울 서초동의 미래산업빌딩이 쓸쓸히 ‘퇴장’한다.20층의 미래빌딩은 반도체장비 전문벤처업체 미래산업이 2000년 8월 매입한 이래 라이코스코리아 사이버뱅크 소프트포럼 나라비전 등 12개 벤처기업이 2년 가까이 공짜나 다름없는 비용으로 입주, ‘테헤란밸리 신화’를 일궈왔다. 그러나 지난달말 미래산업이 자사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파고다어학원에 600억원을 받고 미래빌딩을 매각한 것. 빌딩 명칭도 ‘파고다 아카데미’로 변경돼 2~4층은 상업용으로, 5~6층은 학원 강의실로, 7층 이상은 사무실 용도로 사용될 계획이다
이 빌딩에 대형학원이 들어서면 하루 평균 5,000여명의 인파가 드나들어 조용한 연구개발 환경을 기대하기 어렵고 입주 벤처기업에게 제공되던 각종 혜택도 사라지게 된다. 라이코스코리아 나라비전 케이랩 넷쓰루 아이미래 등 5개사는 보증금과 월세 없이 평당 2만6,000원 가량의 관리비만 내왔고 나머지 기업들도 인근 빌딩보다 30% 가량 저렴한 전세가 혜택을 누려왔다. 미래산업 이재일 관리팀장은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반도체 경기가 좋지않아 뚜렷한 돌파구를 못찾고 있다”며 “미래빌딩도 매입 이래 적자행진이어서 매각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입주기업들은 새둥지를 찾느라 분주해졌다. 나라비전은 26일 다른 빌딩으로 이전하고 사이버뱅크는 전세계약이 만료되는 내년 4월 곧바로 새 사무실을 찾아 떠난다. 사이버뱅크 이승현팀장은 “테헤란밸리의 명물이자 벤처인큐베이터의 성지인 미래빌딩이 사라져 아쉽다”면서도 “본연의 사업에만 몰두하겠다는 미래산업에게 돌을 던질 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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