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25년 동안 69조원의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공적자금 상환부담이 결국 서민과 중산층의 세부담으로 넘어오게 됐다.정부는 1999년 이후 매년 봉급생활자의 소득세 부담을 1조원 이상 줄여왔으나 내년부터 공적자금 상환을 위해 매년 2조원이 자금이 필요해 봉급생활자의 근로소득세를 깎아주기 어렵게됐기 때문이다.
▶ 공적자금 부담 절반은 봉급생활자 몫
최근 3년간 정부의 근소세 경감규모를 감안하면 재정이 부담할 공적자금 중 절반은 봉급생활자의 몫이라는 결론이 가능하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99년 1조4,000억원, 2000년 1조2,000억원, 2001년 1조1,000억원 등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매년 1조2,000억원 가량의 근소세를 줄여줬다.
따라서 그동안 연례행사처럼 이뤄졌던 근소세 경감방안이 올해 세제개편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전체 봉급생활자의 상대적 세부담은 1조원 이상 늘어나게 된다. 이는 지난달 28일 재경부가 ‘공적자금 상환대책’에서 조세감면 축소를 통해 매년 추가로 거둬들이겠다고 2조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따라서 내년에 봉급생활자가 내는 근소세 규모는 올해보다 1인당 평균 20만원 정도인 10~15%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의 지난해 근소세 경감액이 1인당 평균 20만원(15%)에 달했으며, 올해 경기호조로 근로자 임금인상률이 10%(한계세율 18% 적용)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 봉급생활자 반발 예상
정부의 이같은 방안이 현실화할 경우 고소득 연봉계약자 및 자영업자들과의 형평성 등을 둘러싼 봉급생활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실제로 현재의 근로소득세 체계를 유지할 경우 추가적인 세부담은 상대적으로 영세ㆍ서민에게 집중된다. 지난해 세경감으로 연간 급여 1,800만원 이하 근로자는 세금이 33.3%나 줄었으나 6,000만원 이상 근로자의 경감률은 11.9%에 불과했다.
또 조세감면을 통해 면세점이 높아지지 않을 경우 그동안 소득세 부담이 없던 면세점 이하 근로자 중 6~7% 가량은 추가로 세금을 내야 한다.
재경부 관계자도 “우리 나라는 면세점 이하 근로자 비율이 50%에 육박할 정도로 면세점이 선진국에 비해 과도하게 높다”며 “납세자 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8.14배로 영국(1.66배), 독일(2.1배) 등에 비해 턱없이 높은 근로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에 대한 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점이나, 전자화폐로 물건을 판 자영업자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깎아주기로 한 것도 ‘올해에는 근소세를 깎아주지 않겠다’는 정부 방침의 형평성 시비를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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