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 가격급등 속에 일부 품목에선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향후 반도체 경기전망은 대체로 ‘V자형-W자형 희박, U자형 유력’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하지만 반도체 경기는 근본적으로 세계 정보기술(IT) 및 미국 경기에 달려 있어 미국이 더블 딥(침체→회복→재침체)으로 갈 경우 다시 고꾸라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가격급등
D램 제품가격은 최근 한달간 10~60% 급등했다. 현물시장에서 개당 2달러를 위협받았던 128메가 SD램은 6일 2.70달러까지 올랐고, 256메가 SD램도 일주일새 10% 상승률을 기록하며 5.14달러까지 상승했다. D램시장의 새 주력품목으로 부상한 256메가 DDR은 6.24달러로 이달들어서만 29%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일시급등론
이번 반도체가격의 상승랠리를 ‘반짝 장세’로 해석하는 쪽에선 무엇보다 시장 펀더멘털이 달라지지 않았음에 주목하고 있다. D램업체들이 결산실적 관리를 위해 쏟아내던 물량이 이달들어 주춤해지면서 시장이 ‘수요우위’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아울러 D램 시장이 128메가 SD램에서 256메가 DDR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256메가 DDR의 공급차질이 생겼고, 결국 이 같은 시장구조변동이 가격상승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대세상승론
근본적 수급변화 징후를 강조하는 시각이다. 실제로 대형 PC업체들은 3ㆍ4분기 기업수요 증가에 대비, 256메가 DDR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특히 최대 신흥시장인 중국 PC시장이 3년 주기로 돌아가는 PC교체시기를 맞으면서 수요가 폭발하고 있어 반도체가격은 폭에 관계없이 본격적인 상승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바닥확인
일시적이든, 대세든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만약 미국경기가 무너진다면 반도체 경기 역시 ‘더블 딥’(W자형)을 피하기 어렵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지금과 같은 수직상승(V자형)을 계속 이어가기엔 추진에너지가 역부족인 상황이다.
결국 관건은 미국경기의 흐름이다. 대우증권 전병서 리서치센터본부장은 “미국 IT경기회복의 분명한 시그널이 나오기 전까지 반도체가격은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횡보장세의 종료시점, 즉 본격적 회복시점은 대략 9월 전후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바닥은 지났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상승속도는 좀 둔화하겠지만 신학기 수요와 IT경기 회복시기가 맞물리는 9월 전후로 본격적 회복국면(U자형)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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