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경력 1년의 L(31ㆍ회사원)씨는 최근 조정장에서 투자금의 반이나 까먹었다. ‘기업을 평가하는 기초적 방법도 모른 채 남들의 말과 근거없는 감각만으로 시장에 덤볐기 때문이다. 특히조정장이나 하락장에선 ‘펀더멘털 분석’에 근거하지 않은 투자는 십중팔구 실패한다. 전문가들은 “주식과 관련된 수많은 경영지표들은 투자의 가장 확실한 나침반”이라고 강조했다.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를 기초로 회사의 경영상태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가 수준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들을 익혀야 한다는 뜻이다.■수익성 지표를보라
회사가 자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했고 이익창출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하는 수익성 지표는 투자의 출발점이다. 이중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주주가 출자한 자본으로 어느 정도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누어 산출한다. 만약 어떤 기업의 ROE가 시중 금리보다 낮다면 이 기업에 투자하는 것보다 은행에 맡기는 것이 낫다는 뜻이다.
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매출액 이익률도 중요하다. 매출액과 대비되는 이익의 종류에 따라 매출액영업이익률, 매출액경상이익률, 매출액순이익률이 있다. 예를 들어 매출액영업이익률이 10%라면1,000원어치 물건을 팔아 100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는 뜻이다.
경제적 부가가치(EVA)도 수익성지표로 의미가 크다.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순수한 가치의 증가분을 나타내며 세후순영업이익(영업이익에서 법인세를 뺀 것)에서 자본비용을 빼 계산한다.여기에서 자본비용이란 이자 등 금융비용뿐 아니라 주주가 출자한 자본에 대한 기회비용까지도 포함된다. 쉽게 말해 100원의 영업이익을 내는데 들어간 자본비용이 50원이라면 EVA는 50원이 된다. 매출액과 순이익이 기업의 실질부가가치 변동을 담아내지 못하는데 따라 1980년대 후반 미국에서 도입됐으며 기업의 재무 가치와 경영자의 업적을 평가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수치가 높을수록 경영효율성이 높다고 보면 된다.
■성장성과안정성 지표도 중요
성장성 지표는 일정기간에 회사의 규모나 경영성과가 얼마나 늘어났는지를 분석하는 도구다. 이는 재무제표 각 항목의 증가율로 측정한다.
매출액 영업이익 경상이익 순이익 등의 증가율이 있고 모두 해당년도 수치에서 전년도 수치를 뺀 증가분을 전년도수치로 나눠서 산출한다. 매출액 증가율은 기업의 신장세를 판단하는 대표적인 지수이며 순이익증가율은 기업활동의 최종 성과로 주주에게 돌아가는 순이익의 변동을 파악할 수 있다.
유동비율과 부채비율 등 안정성 지표는 회사가 단기 채무를 변제할 능력과 시장여건 변화 대응력을 파악하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유동비율은 200% 이상, 부채비율은 100% 이하를 건전성 경계로 본다.
■주가에 적용, PER과 EV/EBITDA
재무제표에 근거해 산출한 각종 지표는주가와 만나 또 다른 경영지표들을 만들어 낸다. 투자자들은 주가와 직접 연계된 이 지표들을 꼭 알아둬야 한다.
가장 대중적인 지표는 주가수익비율(PER). PER는 현재 주가를 1주당세후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으로 주가의 고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자료로 활용된다. PER가 높으면 주가는 고평가, 낮으면 저평가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1년간 벌어들인 세후 순이익이 20억원이고 총 주식수가 100만주라면 EPS는 20억원÷100만주=2,000원이 된다. 이때 현재 주식가격이 2만원이라고 한다면 이 회사의 PER는 2만원÷2,000원=10(배)가 된다. 1990년대 초반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들어오면서 PER가 낮은 주식을 사들여 이익을 보자 당시 ‘저(低)PER주 혁명’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의미있는 지표다.
이비에비타(EV/EBITDA)도 중요한 지표. 다소 복잡하지만 간단히 말해 기업의 가치가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 이익의 몇 배인가를 측정하는 수치다. 기업가치(EV)를 영업현금흐름(EBITDA)으로 나눠 산출한다.
기업가치란 그 기업을 산다고 가정 할 때 지불해야 하는 금액. 시가총액에 순부채(이자발생부채에서 현금ㆍ예금및 유가증권 가치를 뺀 것)를 더하면 기업가치가 된다. 영업현금흐름이란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이라 생각하면 된다. 이자비용, 법인세, 감가상각비를 공제하기 이전의 이익으로 편의상 영업이익과 감가상각비를 더해서 구한다.
이비에비타는 PER를 보완하는 지표로 최근 많이 쓰이고 있다. PER의 기준이 되는 순이익은 회계처리를 마음대로해 불릴 수 있기 때문에 이 약점을 보완한 것이다. 각 나라마다 감가상각 방법, 법인세율, 이자율 등이 다르다는 점도 보완할 수 있다. PER와 마찬가지로 이비에비타가 낮으면 주가는 저평가, 높으면 고평가 돼 있다는 뜻이다.
주가를 1주당 순자산(BPS)으로 나눈 PBR(주가순자산비율)도 주가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다. BPS란 자기자본총계를 총발행주식수로 나눈 값으로 기업이 청산할 때 1주당 돌아갈 재산가치를 의미한다. 기준이 자지자본이라는 점만 다르고 산출 방식은 PER와 똑같다. 마찬가지로 PBR가 낮으면 주가는 저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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