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노점상 박모(32ㆍ서울 동대문구)씨는 월드컵 기간중인 지난 달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바람에 요즘 하루짜리 급전으로 물건을 조달하느라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갈 지경이다.영세상인과 자영업자들이 월드컵 축제를 즐겼던 지난달 한달 동안 개점휴업 하다시피 한데다 연이어 장마와 휴가철이 다가와 최악의 불경기를 맞고 있다.
소규모 식당, 노점상, PC방, 비디오방, 노래방 등 영세업체들의 경우 지난달 최대 50~60%까지 매출이 급감했으나 아직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PC방 주인 유형준(劉馨駿ㆍ39ㆍ서울 동대문구)씨는 “지난달에는 좌석 40개 중 10개만 자리가 차도 괜찮다고 할 정도로 심각해 매상이 300만원 정도 떨어졌다”며 “학생들이 방학하는 이 달 중순 전에는 가게 문을 열어봐야 손해”라고 하소연했다.
월드컵 기간에 대형 TV를 설치한 식당과 주점에 손님을 빼앗겼던 소규모 식당 업주들도 손님들의 발길이 여전히 뜸해 울상이다. 종로구 낙원동에서 보신탕집을 운영하는 장상석(張相碩ㆍ39)씨는 “6,7월이면 손님이 넘쳤는데 올해는 손님 발길이 뚝 떨어졌다”며 “우리 집은 그나마 버틸 수 있지만 다른 식당은 장사가 안돼 아예 가게를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재래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 한약방 주인 이모(45ㆍ서울 제기동)씨는 “한때 손님이 발에 채일 정도였던 경동시장이 파리만 날릴 만큼 월드컵 후유증이 만만찮다”고 답답해 했다.
붉은 티셔츠를 판매한 의류상가나 외국인 상대 업소도 따지고 보면 ‘속 빈 강정’.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의류매장을 하고 있는 이모(33)씨는 “다른 옷이 팔리지 않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붉은 악마 티를 취급했지만 붉은 옷은 단가가 비싸고 마진이 작아 밑진 장사를 한 셈”이라고 토로했다. 유명 상품 모조품을 취급하고 있는 신모(47ㆍ서울 용산구)씨는 “이태원 상가가 월드컵 동안 돈을 만졌다고 생각하며 큰 오산”이라며 “기대했던 월드컵 특수는 없었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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