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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패트롤] 서해안 백사장 모래 유실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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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패트롤] 서해안 백사장 모래 유실 심각

입력
2002.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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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철 피서는 금빛 모래가 고운 해수욕장이 제격이다. 그러나 국내의 상당수 해수욕장은 현재 도로개설과 간척지 개발, 옹벽설치 등 각종 개발행위로 황폐화하고 있다. 충남 서해안 백사장을 찾아 현재 진행중인 심각한 모래 유실현상과 그 대책을 살펴보았다.충남 태안군 안면도 백사장 해수욕장. 매년 여름이면 10만여명의 피서객이 찾는 이 해수욕장은 몇 년 전부터 해변의 모래가 조금씩 줄어들더니 최근에는 자갈밭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곳에서 수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김모(43)씨는 “자갈밭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피서객들이 갈수록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한숨 쉬었다.

지난 5월 안면도 국제 꽃 박람회로 160여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꽃지 해수욕장은 고운 모래사장 군데군데가 자갈밭이 됐다. 꽃지 해수욕장의 상징이던 할아비바위와 할미바위 주변은 모래가 완전히 쓸려나가 암석과 자갈만 남았다. 태안반도 위쪽 만리포해수욕장은 모래 유실로 자갈이 드러나 올해 7,500톤의 모래를 채워야 했다. 이 해수욕장은 매년 개장 전 수천톤의 모래를 쏟아 붓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

대천해수욕장도 모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백사장 길이 3.5㎞, 폭 150㎙의 이 해수욕장은 10여년전 인근에 남포방조제가 설치되고, 바닷가에 콘크리트 옹벽을 쌓은 뒤부터 모래가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 보령시 관계자는 “아직은 상황이 심각하지 않아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않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모래 유실 현상으로 해수욕장의 기능을 상실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무분별한 개발행위가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꽃지 해수욕장의 경우 해변을 따라 3.2㎞에 이르는 옹벽을 쌓은 뒤부터 모래유실이 급속도로 진행되었고, 대천해수욕장도 간척사업을 위해 남포방조제를 건설한 후부터 모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바다모래 채취도 모래 유실을 가져오는 중요한 원인중의 하나이다. 충남도내에서는 보령 서산 태안 당진 등 4개 시ㆍ군에서 해사를 채취하고 있다. 1999년 580만㎥, 2000년 721만㎥, 지난해 902만㎥ 등 채취량이 해마다 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도 건교부의 요청에 따라 1,650만㎥의 채취량을 고시했다.

전문가들은 해수욕장의 모래 유실을 막기위해서는 해수욕장을 따라 설치된 옹벽의 제거가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옹벽을 제거, 자연사구 형태를 만들면 육지와 해안의 모래 순환이 이루어져 유실이 적어진다는 설명이다. 해사 채취량도 조절이 필요하다. 안면도 바람아래 해수욕장은 인근 보령시 고대도 앞바다에서 해사 채취가 중단된 후 눈에 띌 정도로 모래가 쌓이고 있다. 또한 모래 유실을 막는 다양한 장치의 설치도 고려할 만하다. 안면도내 기지포 해수욕장과 두여 해수욕장은 모래 포집기(send-trap fence)를 설치한 후 모래가 쌓이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해안가 일정거리 바닷속에 보를 쌓는 등의 방법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한국해양 연구원 진재율(陳載律) 선임연구원은 “해수욕장의 모래 유실현상은 전국적인 현상”이라며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 서해안의 경우는 대책 마련을 위해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허택회기자thheo@hk.co.kr

태안=이준호기자junhol@hk.co.kr

■백사장 다시 살릴 수 있다

황폐해진 태안반도 일부 해변이 현지 주민과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노력으로 되살아 나고 있다.

안면도 끝 자락에 위치한 바람아래 해수욕장이 대표적인 복원 사례이다. 이 해수욕장은 인근 보령시 고대도 앞바다에서 수년간 진행된 해사채취의 영향으로 3년 전까지만 해도 자갈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래가 수북이 쌓여 있다. 1999년 국립공원 관리공단이 해사채취를 금지하면서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해사채취 금지 후 바닷가에는 해류를 따라 쓸려온 모래가 쌓여 모래톱을 이루었다. 이 모래톱은 갈수록 커져 지금은 해안에서 800㎙나 떨어진 섬옷섬과 맞닿을 정도가 됐다.

안면도 입구 기지포 해수욕장에 모래포집기를 설치한 것도 성공 사례이다. 모래포집기는 1.5㎙크기의 대나무를 발처럼 엮어 해안가에 지그재그 형태로 500㎙가량 박아놓는 단순한 형태이지만 탁월한 성능을 발휘하고 있다. 모래 포집기를 설치한지 6개월도 안돼 포집기 주변에는 최고 70㎝이상 모래가 쌓였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공단측은 올해 포집기를 2㎞가량 확대하기로 했다.

현지 주민들도 삶의 터전인 백사장을 지키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밧개 해수욕장 인근 주민 500여명은 지난해와 올해 초 해안도로 공사를 맡은 업자들이 백사장 주변 모래를 외부로 반출하려 하자 불침번을 서고 현장인부들과 몸싸움을 벌이면서까지 이를 저지했다. 주민 방봉남(方峰男ㆍ45)씨는 “많은 사람들이 해수욕장 모래가 더 이상 유실되어선 안된다는 생각으로 위기의식을 갖고 백사장 복원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호기자

junhol@hk.co.kr

■이평주 서산·태안 환경련 국장 "해안도로 옹벽쌓기 이제 그만"

“그 동안 해수욕장에 쌓은 옹벽으로 인해 모래유실과 자연생태계의 파괴를 경험했으면서도 다시 옹벽을 쌓는 이유를 모르겠네요”

이평주(李平周ㆍ40ㆍ사진) 서산ㆍ태안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최근 두여 해수욕장내 해변도로에 석축을 쌓으려는 태안군의 움직임에 못마땅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해안도로의 안전성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군측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지만 옹벽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모래유실을 막아 옹벽 밑이 파이지 않도록 하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충남지역에서 가장 극성스런 환경지킴이로 알려진 그는 10년전만 해도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다. 그러나 공단건설로 고향인 서산시 대산면 일대 갯벌이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면서 환경운동가로 변신했고 지금까지 눈부신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사구(砂丘ㆍ모래언덕)의 존재가치를 알려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사구를 개발로부터 보호하고, 마침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도록 했다. 지난해에는 충남도가 안면도 꽃박람회를 개최하기위해 해안사구를 깎아내고 도로를 개설하려 하자 회원들과 함께 사구보존운동을 벌여 결국 일부 노선을 변경하도록 했다.

그는 “자치단체의 개발논리와 수익만을 좇는 일부 상인들 때문에 아름다운 태안반도 해안이 훼손되고 있다”며 “한번 훼손되면 복원하는데 개발이익의 수십 배가 들어가기 때문에 지자체와 주민들은 ‘보존이 곧 이익’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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